▲ 모시짜기의 어려움과 지루함을 한산지역 특유의 흥으로 승화시킨 ‘저산팔읍 길쌈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서천군 제공

“달칵 달칵…” 밤 새워 모시 짜던 소리에 잠을 설치던 한 소녀. 소녀가 사는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시를 통해 생계를 유지했다. 소녀가 모시를 짜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세월이라는 풍파를 헤쳐가면서도 소녀는 베틀을 꼭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한산 모시 짜기 기능보유자인 방연옥 명인의 이야기다.

한산모시는 무려 1500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지속해 왔다. 모든 것이 기계로 만들어지는 세상이지만 한산모시는 다르다. 모시풀을 재배·수확하고 말려, 하나하나 찢고 삶아 모시로 짜이기까지 무려 9단계나 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한산모시’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한여름엔 모시만한 것이 없다지만, 한산모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100일간 장인들의 고된 땀과 기도를 필요로 한다.

제27회 한산모시문화제가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충남 서천군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는 ‘백일 간의 기도, 천 오백년의 사랑’.

이번 문화제는 일방적인 주입식 공연 위주의 행사에서 벗어나 관광객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 행사로 선보인다.

3~6일 서천군 한산모시관 일원서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모시 만들기 전과정 직접 체험
모시잎차 등 모시 활용 먹거리도
온몸으로 체험하고 즐기는 축제

한산모시 전시관은 관광객들이 한산모시를 바로 알고 체험할 수 있도록 모시풀을 처음 발견했던 건지산 기슭에 8만5000㎡ 규모로 건립됐다. 전시관 내에는 모시의 역사를 전해주는 고증 서적과 베틀, 모시길쌈 도구, 모시 제품 등이 전시돼 있으며 전통공방에서는 모시를 짜는 공정을 재연하고 있다.

전시관 일원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 짜기 기능보유자인 방연옥 명인과 충남 무형문화재 제1호 한산 세모시 짜기 기능보유자인 나상덕 명인의 시연 공방을 비롯해, 한산모시 홍보관, 토속관, 전통농기구전시장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시관은 문화제와는 별개로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 모시잎차와 모시로 만든 각종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맛자랑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산모시는 예로부터 임금님에게 올리는 진상품이자 지역 특산품으로 그 명성이 대단했다. 한산모시 짜기는 1967년 1월16일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전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한산모시문화제는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로도 선정됐다.

문화제는 △모시전시 체험마당 △모시홍보 체험마당 △모시 문화마당 △모시전통 체험마당 △상설 패션쇼 △서천 특산물 및 향토음식 △서천 문화마당 △모시운영본부 △세계풍물마당 △이벤트 체험마당 △어린이놀이 체험마당 △모시캠핑장 등 12개의 주제별 마당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그 중 모시 짜기 체험은 관광객이 직접 모시를 짜볼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한산모시 짜기 국가 무형문화재인 방연옥·나상덕 명인의 지도아래 모시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머리핀, 브로치 등을 만드는 모시 공예체험과 모시 천연염색, 모시 옷 입어보기 등은 물론이고 칼슘, 철, 마그네슘 등 무기질을 다량 함유한 모시잎차와 모시를 이용한 각종 음식도 맛 볼 수 있다.

모시 관련 체험 이외에도 솟대·짚신 만들기 등의 전통 체험과 어린이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어린이놀이 체험마당도 운영한다.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시에 관련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8개의 관문을 통과하는 스탬프 투어도 마련한다.

모든 관문을 통과하면 선물도 증정한다. 옷, 속옷, 양말 등 다양한 한산 모시제품이 출품되는 경매도 열린다. 관광객들은 경매를 통해 명품 모시제품을 거머쥘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볼거리도 다채롭다. 모시 짜기의 어려움과 지루함을 특유의 흥으로 승화시킨 저산팔읍 길쌈놀이로 관광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한산모시 무형문화재 명인들의 모시 짜기 시연을 비롯한 모시 전통혼례 공연과 한산모시에 대한 인형극과 마당극도 펼쳐진다.

▲ 한산 모시와 관련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한산모시문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한산모시 패션쇼는 특화 콘텐츠로 꾸며져 주무대, 부무대와 별도로 상설 패션쇼장을 개설 운영한다. 문화제 기간 동안 전문모델 패션쇼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지역민 패션쇼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산모시 짜기 전국 경연대회(3일)를 시작으로 임벽당 김씨 전국 자수대회(3~4일), 한산모시 청소년 재능 콘서트(4일), 젊음의 콘서트(4일), 7080 라이브 콘서트(4일) 한산모시 전국 가요제(5일) 등 다양한 경연대회와 공연도 선보인다. 모시캠핑장 등 풍성한 즐길거리도 준비돼 있다.

최근 불거진 화학제품들의 안전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천연 전통 의상인 한산모시도 장만할 겸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행사로 가득한 한산모시문화제에 흠뻑 취해보면 어떨까. 박해철 수습기자 kshc@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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