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도 건강도시 관련 사업 진행
환경개선 등 가시적 성과 나타나
지속추진으로 걷고싶은 도시되길

▲ 이지호 울산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학회 참석을 위해 유럽도시를 두세 차례 다녀온 적이 있다. 조용하고 쾌적한 주변환경은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도로변 카페와 오래고 푸르른 수목, 그리고 건물과 주택마다 창가 또는 대문에 내걸어 놓은 장식들이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산업혁명 이후 공업화·도시화 과정 속에서 환경오염의 대표적인 예시를 보여주던 유럽의 공해도시는 이제 참으로 살기좋은 곳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울산도 그러하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이 뭉글뭉글 생겨났다.

지금의 맑고 깨끗한 유럽도시들도 과거에는 초기 도시화 과정과 동반된 수많은 역기능적 문제들을 겪었지만 잘 극복하였기에 이 자리에 와있다. 인구의 도시 집중현상은 세계적 추세이며 고용기회, 교육 및 사회경제발전의 기회를 얻기 위해 도시의 과밀화는 지속되고 있다. 현재 도시에서 거주하는 인구가 약 50%정도이지만, 향후 20~30년 뒤에는 75%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시화 과정에서 주민생활과 연관하여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역기능 현상과 건강문제를 나열하자면, 주택부족, 생활오물, 공해, 식수 부족, 안전사고, 보건의료서비스의 부족, 정신건강문제, 사회병리 현상, 다양한 질병의 발생, 전파 및 확산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도시화에 따른 도시지역 주민들의 건강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건강도시프로젝트가 제기됐다. 최초에는 11개의 유럽도시가 건강도시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유럽에는 100개의 도시가 세계보건기구·유럽지역 건강도시네트워크에 속해 있고 국가단위나 지역단위에서는 30개국 이상 약 1400개 이상의 도시가 건강도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과천을 시범도시로 시작해 현재 82개 도시가 국가 건강도시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건강도시란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창출하며, 지역사회의 자원을 증대시킴으로써 도시 구성원들이 개개인의 능력을 모두 발휘하고 잠재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상부상조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로 정의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요구하는 건강도시의 요건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지속가능한 생태계, 상호 협력 및 비착취적, 시민 참여와 높은 통제기능, 기본 욕구(음식, 물, 주거, 소득, 안전, 직장) 충족, 폭넓은 경험과 자원이용 가능, 적절한 공중 보건 및 치료서비스의 최적 수준, 높은 건강수준과 낮은 이환율 등이다.

울산의 지역사회 여건으로 볼 때 건강도시의 다양한 요건을 모두 만족할 수 없지만 2015년 건강도시에 대한 인증승인을 받아 관련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므로 서서히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보면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예산의 투자로 하천과 강이 맑아지고, 대기오염수준도 그 지표가 개선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이 제4기(Phase IV, 2003~2008)의 중점과제로 선정한 건강한 노화, 건강한 도시계획, 건강영향평가를, 그리고 보충과제로 신체활동 등을 이행하는 것과 흡사하다. 현재 유럽은 건강도시 제 6기(Phase VI, 2014~2018)에 접어들었다.

아직 유럽도시에 비해 도시의 건강상태는 좀 뒤떨어져 있으며,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할 부분이 많고 실제 사업이 수행된 경험이 짧아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WHO에서 제시한 건강도시 기준을 맞추어가기 위해 첫발을 내딛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고무적이다. 유럽의 도시처럼 걷고 싶고 또한 다시 오고 싶은 건강한 도시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지호 울산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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