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위기 뒤집으면 기회의 순간
공동체 함께 발전해야 평생학습도시
평생학습으로 악재를 호재로 바꿔야

▲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평생학습도시 지정을 받기 위한 교육부 발표 및 면접 심사를 며칠 앞둔 지난 5월 중순 어느 날, 담당부서인 평생교육주무관이 구청장실 문을 열고 들어와 “구청장님께서 직접 발표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구청장의 관심도나 추진의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동구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고 말했다.

꼭 이뤄내야 하는 사업이라고,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한다며 선뜻 하겠다고 했지만 그날부터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담당부서 직원들이 지난해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여러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라 고생한 것을 뻔히 아는데 혹여나 구청장이 발표를 제대로 못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쩌나하는 염려때문이었다.

자료를 뒤적이며 공부를 새로 시작했고 긴장과 설렘으로 발표를 끝냈다. 울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생한 직원들과 함께 서울역 광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는데 당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최선을 다했다는 후련한 마음이 교차한 것으로 기억된다.

동구의 평생학습도시 지정 신청은 지난 2007년 첫 신청 이후 10여년만의 재도전이었다. 2007년 당시 선정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동구는 이미 평생학습 인프라가 너무 잘 돼있고, 이미 많은 구민 들이 혜택을 누리고 있어 굳이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동구에는 현대중공업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기관이 6개나 된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70~80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구민들에게 다양한 평생학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들은 이것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그 고마움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동구는 조선경기 불황에 따른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등으로 구민생활과 지역경제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동구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된다면 구민의 삶에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찾고 함께 다시 뭉쳐 일어 설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다시 한번 도전해 본 것이 다행히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평생학습도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는 학습을 즐기면서 도시와 주민이 함께 발전 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가 평생학습도시 사업을 추진한 이래 총 136개의 도시가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됐다. 올해 다시 새롭게 7개의 도시를 신규로 지정하는데 울산 동구가 포함된 것이다.

동구는 평생학습도시의 비전과 목표를 ‘기적이 가득한 동구, 평생 학습과 만나다’에 두고 ‘평생학습 항해의 시작, 울산동구 학습기적’으로 테마를 정했다. 조선산업 위기에 따른 은퇴자 문제의 평생학습적 대응이라는 지역적 요구와 신조선 뱃고동소리와 포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출항과 돛 올리기, 닻 내리기 3단계로 스토리텔링해 세부사업을 구성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남자는 77.6세, 여자는 84.4세라고 한다. 흔히 인생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죽을 때 까지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동구가 조선업 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위기를 뒤집어 생각하면 기회의 순간이 온다고 믿는다. 지금 상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해 6월 개통한 울산대교와 최근 기공식을 가진 육아종합지원센터, 내년에 완공예정인 어린이테마파크 건립 등 호재 또한 어느 때 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악재와 호재가 혼존할 때 호재를 잘 발전시켜 다시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지혜를 평생학습에서 배워보면 어떨까?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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