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문화역서울284’ ‘The 3rd Place’

▲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가 된 옛 서울역사 전경. 문화역서울284 제공

1920년대 보기 드문 르네상스 건축물로 장안의 화제가 됐던 옛 서울역. 특히 지붕의 파란 돔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시간이 흐르고, 서울역은 서울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늘어나는 수송량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민자 역사로 옮겨갔다. KTX고속철도가 개통된 2004년이었다. 옛 서울역사는 한동안 쓰지 않는 공간으로 남아 있었고, 2007년 문화재청이 문화관광부로 시설물관리, 운영 등 관리 권한을 위임했다. 문화관광부는 서울역사의 복합문화공간화를 위해 2008년 설계에 들어갔고 2009년 복원공사를 벌여 2년 뒤 ‘문화역서울284’를 개관했다. 명칭은 서울역의 사적번호 284와 문화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복원공사 거쳐 문화공간으로 탄생
대합실·식당 등서 전시·공연 행사

◇옛 역사와 미술작품 관람을 한 번에

문화역서울284는 전시, 공연, 콘퍼런스, 연구 등 다양한 문화행사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현재 이곳에서는 ‘복숭아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융복합예술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시와 공연, 영상 작업 등이 섞여 있다.

중앙홀 바로 옆에 있는 3등 대합실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현대무용, 클래식, 연극 등의 공연과 강연이 펼쳐지고, 예술인이 추천한 영화가 상영된다.

귀빈실에 마련된 김명범의 설치작품은 뿌리째 뽑혀 공중에 떠 있는 나무의 가지마다 1000개의 붉은 풍선이 가득하다. 이곳 귀빈실은 이 역이 한창 운영될 당시 조선총독, 대통령 등이 기차를 기다리며 쉬어가던 공간이었다. 이 외에도 부인대합실, 1·2·3등 대합실, 대식당 ‘그릴’ 등이 있다. 건물 원형은 최대한 복원해 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 역사 내 식당으로 쓰였던 공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장면.

특히 ‘복원 전시실’은 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옛 이발소 공간을 활용해 전시실로 꾸몄고, 서울역사를 복원하면서 나온 부자재와 역사적 사료들을 전시해 놓았다. 이곳은 상설 운영된다.

김민경 문화역서울284 홍보·마케팅 매니저는 “마니아들만 즐길 수 있는 난해하고 어려운 예술보다 대중적인 작품을 선보이려고 하는 편이다. 이곳에서 작품을 관람하면서 예술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신수진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

인터뷰 / 신수진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
“역사적인 공간에 담을 콘텐츠가 중요”

문화역서울284는 옛 서울역 건물로 백 년 가까운 역사성을 안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한 문화재지만 이곳에 새로운 장소성을 부여하기 위해 지난해 신수진(사진)씨가 예술감독으로 영입됐다. 사진심리학자라는 독특한 타이틀로 활동했던 그가 ‘역사성’과 ‘장소성’의 가치가 공존하는 문화역서울284를 만들기 위한 어떤 철학과 내공을 품고 있는지 알아본다.

-사진심리학자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문화공간 예술감독의 길을 걷게 됐나.

“그동안 사진심리학자로서의 연구뿐 아니라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시 및 공연 기획, 작가지원 과제 등을 기획하고 감독해왔다. 현재는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연구교수, 한진그룹 일우재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폐 역사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얻게 되는 이점은.

“콘텐츠와 공간이 합쳐져야 장소성(공간특성)이 완성된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진정한 문화적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 공간에 담긴 콘텐츠가 중요하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무언가를 창조해내야 한다. 콘텐츠에 따라 그 장소성이 달라질 것이다.”

-2018년 동해남부선 울산­포항 간 복선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 울산에도 폐역이 생긴다. 만약 이 역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어떤 콘텐츠가 좋을까.

“서울역과 달리 불특정 유동인구를 기대하기 힘든 지역이라면 지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민의 요구를 수용해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킬 전문가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출발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문화예술은 결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 흉물스럽게 있던 폐가를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The 3rd Place’. 이곳에서는 전시, 문화강좌, 창업컨설팅 등이 진행된다.

서울성곽 인근 예술문화거리 ‘The 3rd Place’
흉물스런 폐가 개조해 문화공간 조성

서울시 중구는 사적 제10호인 서울성곽을 인근 남산과 장충체육관, 신라호텔, 국립중앙극장, 동국대 등과 연계해 이 일대를 예술과 문화로 흐르는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성곽 예술문화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문을 연 ‘The 3rd Place’는 2~3년 가까이 흉물스럽게 있던 폐가를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The 3rd Place란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제3의 다른 장소로, 휴식을 취하거나 지역사회의 일부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곳을 뜻한다.

서울시 중구는 지난해 6월 위탁공모를 통해 3rd Place 협동조합과 협약을 체결, 지상 1~2층 건물 3개 동 규모의 ‘The 3rd Place’의 구조 변경을 시작했다.

다산동 성곽 길의 두 번째 문화거점시설로 이용될 The 3rd Place는 앞으로 갤러리, 전시관,북 스튜디오, 디자인 스타트업 카페 등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글=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사진=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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