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뒤처지는 기업은 도태
시·기업·시민 뜻모아 미래 대비
산업급변기 새로운 시대가 도래

▲ 황정욱 연합뉴스 정치담당 에디터

울산, 거제가 불황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경기가 좋지 않기는 국내 어디인들 큰 예외가 없겠지만 ‘공업입국’의 대명사인 울산이 구조조정의 칼 끝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익숙하지 않다.

흔히 경기는 흐름이라고들 하는데, 하강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지고 언제까지 계속될지 계산이 서지 않는 것도 불안한 진실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엄혹한 시기를 어떻게든 견뎌내고, 기초 체력 자산을 조금씩 축적해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인 것 같다. 조만간 바닥을 치고 반등할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울산에는 유수의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기업이 울산 경제의 근간이고 주요 수입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박정희 시대 ‘중공업 우선 정책’의 최대 수혜지역이고 공업 입국의 상징이 울산이다.

하지만, 미래는 예측불허다. 과거의 영광이 미래까지 보장해주는 법은 결코 없다. 부를 둘러싼 미래의 산업 전쟁은 숱하게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낳을 것이다.

미래학자인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은 최근 한 특강에서 향후 10~15년 사이 국내 30대 그룹중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1년 반 사이에 30대 재벌의 절반 가까이 도태된 전례에 비춰 이 같은 진단이 비현실적인 예측만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를 전제로 할 때 당연히 드는 생각은 ‘그럼 울산은…’이다. 결론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울산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의 최대 숙제는 미래 먹거리다.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모바일폰이나 반도체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거나 조만간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상식이다. 모바일폰은 이미 범용기술이 돼버렸고, 치킨게임의 승자였던 반도체는 그나마 몇년을 버티는 정도다.

현대차는 더 심각할 수 있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온 룰이 조만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항상 그래왔듯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기업은 사라져갈 수 밖에 없다.

전기차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테슬라는 현재 매출에서 현대차의 3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시총은 현대차를 상회한다. 이 현격한 차이는 테슬라가 갖는 미래가치 때문이다. 테슬라를 규정하면 누구나 생각하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IT회사다. 현대차가 갖지 못한 장점을 가진, 그래서 미래 산업 전쟁에서 좀체 패할 것 같지 않은 무기들을 장착한 회사다.

도처에서 산업 영역이 허물어지고 있다. 구글이 무인차 개발의 선두주자지만 자동차 회사는 아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신산업 패권구도에서 울산에 ‘올드 기업’만 있을 경우 미래 부의 전쟁에서 뒤처지는 ‘올드 도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IMF 당시 숱한 대기업들이 사라져간 암혹기에도 울산은 비켜갔다. 20년 전만해도 울산 대기업들은 충분한 생존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는 그 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울산이 제2의 부흥기를 맞기 위해선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기업은 기업대로, 울산시는 시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미래를 향해 뜻을 모아 새로운 길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전문가들의 관측에 따르면 지금이 미래를 준비할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시기를 놓치면 기회도 놓치는 법이다.

황정욱 연합뉴스 정치담당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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