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죽을 권리를 인정하는 이른바 안락사 문제가 쟁점화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11일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데 이어 국내 의료계에서도 제한적인 개념의 안락사 수용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증폭시키는 께기가 됐다. 대한의사협회는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환자나 가족들이 치료중지를 요청할 경우 의사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내용의 의사윤리지침을 만들어 이달중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협의 지침은 국내외 여건과 의료계 현실에 비추어 시의에 맞는 문제제기라고 본다. 네덜란드의 입법화에 따라 안락사 문제가 각국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다 많은 외국에서 소극적 안락사를 관행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불치병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비용부담 등 현실적인 이유로 소극적 안락사의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래전 부터 제기돼 왔다.  안락사는 가스주입이나 독극물 투여 등으로 환자를 숨지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는 "소극적 안락사"의 2가지로 나누어 진다. 의협은 이 가운데 소극적 안락사를 조건부로 허용하되 적극적 안락사는 금지키로 했다. "환자와 가족의 요구에 따라" 불치병 치료를 (조건부로)중단하는데 대해서는 의학계·법조계에서 대체적인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안락사 문제는 미국 등 여러나라에서 논쟁이 됐지만 "인간생명의 존엄성"과 "환자의 권리"가 팽팽히 대결하고 있는 난제다. 찬성론자들은 품위를 지키며 편안하게 죽을 환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반대론자들은 인위적으로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은 죄악이라고 맞선다.  우리 현실에서 안락사 허용문제는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와 준비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락사에 부정적인 국민정서를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넘어야 할 과제다. 장기매매에 이용되는 등 안락사 남용위험에 대한 우려도 높다. 환자의 회생 가능성 여부에 대한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의사의 오판 방지를 위한 객관적인 기구를 설치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인간생명의 존엄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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