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속주행으로 32분 거리...주요 관광지도 IC로 연결

경제·관광·문화·생활 등 각종 패러다임 개편 예고

▲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됐다. 경상북도 포항시 오천 3터널 입구에 울산과 경주 이정표가 표시돼 있다.
지도상의 직선거리로는 가깝지만 실제로는 산넘고 물건너 멀기만 했던 포항이 30분대의 앞마당으로 들어왔다. 30일 완전 개통하는 울산~포항고속도로 덕분이다. 길이 뚫리면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서 동질성을 띠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하나가 돼 간다. 개통 하루 전 울산~포항고속도로를 직접 달려 봤다.

◇울산~포항 30분대 주파

29일 오전 10시. 울산톨게이트를 통해 울산~포항고속도로 구간에 진입했다. 100㎞ 정속 주행을 하며 달린지 15분. 연한 토질과 다수의 단층대로 굴착기간만 4년이 넘게 걸렸다는 양북1터널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부분개통 당시 미개통된 구간(남경주~동경주 11.6km)을 연결하는 이 터널은 총 길이만 7.54㎞로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국도를 통틀어 가장 긴 육상터널이다. 한국도로공사의 협조로 뻥뚫린 양북1터널을 내달렸는데, 명성에 걸맞게 터널을 빠져나가는데만 5분이 걸렸다.

터널을 빠져나와 곧게 뻗은 도로를 12분 가량 달리니 어느새 남포항IC가 나왔다. 정속 주행으로 울산에서 포항까지 걸린 시간은 단 32분. 경상남북도로 나뉘어 멀게만 느껴졌던 포항이 목전에 들어왔다.

◇죽도시장서 점심 ‘뚝딱’

남포항IC를 빠져나와 포항시내를 거쳐 울산 출발 50여분만에 경북 동해안 최대 규모 재래시장이라는 죽도시장에 도착했다. 남포항IC에서 죽도시장까지는 25분 정도. 신호를 얼마나 잘 받느냐, 체증이 얼마나 심하냐에 따라 이보다 짧아질 수도, 길어질 수도 있다.

죽도시장 입구에는 죽도시장상가번영회가 내건 ‘포항­울산 고속도로 개통 죽도시장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란 현수막이 떡하니 걸려 있었다. 울산과는 또다른 포항만의 짭쪼름한 냄새가 나는 이곳은 평일 낮인데도 싱싱한 해산물과 생선을 찾는 이들로 붐볐다.

“울산에서 취재왔습니다.” 취재진의 말 한마디에 “이거 한번 맛보이소”라며 상인들이 말린 멸치와 건새우를 입으로 밀어넣었다.

상인들은 대부분 울산~포항고속도로 개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대형백화점 등이 있는 울산이나 부산으로 인구가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제 한가족이나 다름없다”며 반겼다.

울산과 포항의 영업점을 동시에 관리하는 생명보험회사 장모(54) 이사는 “도로가 개통되면 점심은 죽도시장에서 물회로 먹고 저녁은 울산에서 고래고기를 안주 삼아 술 한잔 해도 시간이 넉넉할 것 같다”며 바뀔 생활패턴을 기대했다.

◇‘해오름동맹’ 울~포 대동맥 촉매

울산~포항고속도로를 달리며 곳곳의 분기점을 통해 지역을 관광하는 묘미도 상당하다. 동경주IC로 나가면 경주 감포와 양북으로 연결된다. 남경주IC에서는 경주 불국사와 보문단지, 외동 등으로 갈 수 있다. 포항에도 둘러볼 만한 곳이 산재해 있다.

울산~포항고속도로 개통으로 맞게 될 30분대 생활권은 관광 뿐만 아니라 울산과 경주, 포항의 경제·문화·사회생활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과 경주, 포항이 30일 맺을 해오름동맹은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이러한 대규모 지각변동에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29일 “울산과 경주, 포항은 해오름동맹을 맺어 철강소재산업(포항)과 부품산업(경주), 최종재생산업(울산)간의 시너지를 크게 극대화시켜 나갈 것”이라며 “한국의 지난 50년을 이끌어 온 울산은 이번 고속도로 개통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다가오는 50년을 준비하고 인구 200만 도시의 위상을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또 “해오름동맹은 향후 정부가 행정구역 통합을 시도할 경우 적지 않은 기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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