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 학생 참여수업으로 바꾸자](3)‘하브루타 수업’ 도입한 명촌초등학교

▲ 명촌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에서 열린 독도에 대한 생각 나누기 하브루타식 공개수업에서 채지연 부장교사가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지난해 9월 교육부가 확정·발표한 ‘2015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은 지식 위주의 암기 수업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이 참여하는 교실 수업을 제시하고 있다. 교수·학습·평가 방법 등 전반적인 부분이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개정교육과정은 2018년부터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이 개정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학생들은 2021학년도 수능에 응시하게 되는데, 교육부는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내년에 수능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참여수업이 대입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울산시교육청 오승현 부교육감은 “올해부터 학교 수업에 참여한 것을 기록한 학생생활기록부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가 되고 있는데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며 “지난 5년 동안 참여수업이 진행돼왔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5년 뒤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스스로 짝 바꿔가며
정해진 주제로 질문·답변
함께 의견 나누며 생각 정립
혁신수업에 교사들 애로 토로
수업 도울 전문강사 확충 필요

◇울산서 하브루타 수업 도입해

지난 24일 울산시 북구 명촌초등학교. 이 학교는 학생을 수업에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유대인의 교육법인 ‘하브루타 수업’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하브루타는 학생들끼리 짝을 지어서 질문하고 답변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공부방법을 말한다.

이날 오전 명촌초 4학년 1반 교실. 채지연 교사가 “독도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눠보자”고 말하자 학생들이 노래를 부르며 책상을 옮기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4~5명씩 모이는 모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브루타를 위한 모둠을 만들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과 독도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다 2~3분이 지나자 학생들은 각각 다른 모둠으로 일사분란하게 옮겨 또다시 질문과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일정한 규칙과 약속에 따라 계속 옮겨다니며 다른 짝과 생각을 나눴다. 규칙적인 하브루타가 끝나자 비규칙적인 하브루타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마주치면서 만난 학생과 손뼉을 치고 교실 바닥에 주저 앉아 독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명촌초의 하브루타 수업은 3월부터 실시됐다. 3개월 정도가 지나자 학생들은 능숙하게 하브루타 수업을 주도해나갔다. 모든 수업에서 하브루타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수업에는 하브루타가 도입되고 있다.

4학년 서창현 학생은 ‘하브루타 수업과 그렇지 않은 수업의 차이점은 뭘까?’라는 질문에 “하늘과 땅 차이”라며 “수업시간에 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고, 여러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주고 받아서 생각이 빨리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수업지원 이뤄져야

하브루타 수업은 명촌초등학교의 교사도 학생도 처음 시도해보는 수업이다. 참여학습의 방법으로는 하브루타를 포함해 거꾸로 학습과 토의·토론 학습, 프로젝트 학습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교사들은 새로운 방식을 수업에 적용할 때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맞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나’ ‘계속 이렇게 해도 되나’라는 고민과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수업을 바꾸는 수업 혁신이 정말 쉽지 않은 이유다.

명촌초 김수미 교장은 “교사들이 이론은 다들 알고 있지만, 실제로 수업에 적용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며 “각 학교에 있는 수석교사(교사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단순히 수업시연만 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참여수업을 했던 것을 토대로 어떻게 수업에 적용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실질적인 것들을 알려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도 전문강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7월부터 이론보다 실습을 강조해 수업을 시연하는 강사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는 여름방학에는 초등 120명, 중등 36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33시간 과정의 수업전문가 과정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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