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무성 남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장이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돼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는 7월이다. 해수의 온도도 꽤 높아졌고, 이런 시기에는 비브리오 패혈증, 장염 비브리오 등 비브리오균에 의한 감염병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비브리오균은 바닷물 온도가 15℃ 이상이 되면 증식을 시작해 20~37℃에서 매우 빠르게 증식하는 특성이 있으며, 불과 3~4시간 만에 100만 배로 늘어날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오염된 어패류를 먹거나 오염된 바닷물에 상처 난 피부 등이 닿아 감염되는 제3군 감염병으로 치사율이 40~50%에 이른다.

특히 간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알코올 중독자, 당뇨 환자 및 고혈압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활어회, 어패류 등 익히지 않은 음식을 섭취할 때 매우 조심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피부에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 바닷물에 들어갈 경우 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바닷물 온도 올라가면 빠르게 증식
오염된 어패류나 바닷물 통해 감염
급성장염·피부염·근막염 등 증세
면역력 낮거나 만성 간질환자 주의
적절한 치료 않으면 쇼크사 가능성

◇음식물 섭취, 손상된 피부 통해 감염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콜레라와 같은 가족인 비브리오에 속하는 그람음성 막대균이다. 이 세균은 전 세계적으로 바다와 강이 만나는 얕은 해변에 분포하며 따뜻한 기후에서 잘 증식하는 성질을 가진다.

고무성 남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일반적으로 수온이 21도 이상 올라가면 균 검출이 쉬워진다. 조개류, 굴, 게 등 갑각류에 기생하며 바닷물이나 갯벌 등에서도 서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세균은 음식물 섭취나 손상된 피부를 통해 인체 감염을 일으킨다.

고무성 과장은 “여름철에 익히지 않은 굴이나 해산물을 섭취할 경우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이 세균은 음식의 색, 냄새, 맛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섭취 전에 오염 여부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건강한 성인은 음식 섭취 후 16시간 이내에 구토, 설사, 복통 등 급성장염 증상을 나타낸다. 이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는 등 대증적인 치료방법으로 쉽게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에 상처가 있다면 바다에서의 물놀이는 삼가는 것이 좋다.

고 과장은 “상처가 있는 피부에 오염된 바닷물이 닿거나 물고기의 가시에 찔릴 경우 손상된 피부 방어막을 통해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몸속으로 침투한다. 이때에는 수포성 피부염, 출혈성 수포, 괴사성 근막염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 질환자 특히 주의해야”

건강한 성인이 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된다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거나 만성 간 질환을 앓고 있다면 심각한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신부전, 폐결핵, 만성 골수염, 류마티스성 관절염, 에이즈 환자도 조심해야 한다.

고 과장은 “패혈증은 인체에 감염된 세균이 지속적으로 증식해 우리 몸에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한 상태를 말하며, 제대로 치료되지 않을 경우 쇼크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패혈증까지 발전한다면 발열, 피부의 수포, 괴사, 혈압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브리오균에 의한 감염병의 증상은 평균 2~2.5일 이내에 나타난다. 굴 등의 해산물을 날것으로 섭취한 뒤 빠르면 3시간, 늦어도 8일 이내에 오한과 발열 등 전신증상이 나타난다. 때로는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어 대부분의 환자가 사지의 통증을 경험한다. 일부 환자는 해산물 섭취 후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바로 패혈증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패혈증에 빠지면 피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패혈성 쇼크의 초기 증상인 저혈압 증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식중독 기본 예방법 철저히 지켜야

조리되지 않은 해산물을 섭취하거나 해수욕 후에 구토, 설사, 복통,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느껴진다면 조속히 가까운 병원으로 가서 적절한 치료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

고 과장은 “비브리오 패혈증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하더라도 치사율이 50%에 달한다. 완전히 치료된다면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사지의 출혈성 수포나 괴사성 근막염이 심각하게 나타났다면 사지를 절단해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소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고 과장은 “만성 간질환, 당뇨병, 신부전, 폐결핵, 만성 골수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여름철에 날것을 섭취하지 말고, 바닷가에서 해수욕도 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여름철 비브리오균으로 인한 식중독 및 감염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어패류를 사서 신속하게 냉장 보관(5℃ 이하)하고, 되도록 빨리 섭취하는 것이 좋다. 조리 전후에는 손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고, 어패류, 칼, 도마 등도 적절하게 세척한 후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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