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눈에 확 띄잖아~”

 

우리 복지관의 경로식당에 자원봉사자 중에 내 가족이 부럽다는 분들이 계신다. 내가 영양사라서 복지관 식단처럼 내 가족들을 위해 늘 다양하게 식사를 준비할 것이고 영양도 만점이 아니겠냐고…. 그런 말들을 들으면 솔직히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1년 365일 가족들이 만족하는 식사를 준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시장을 간다. 일단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고기류, 생선류, 난류, 콩류 같은 단백질 반찬류는 최대한 여러 종류로 골고루 구입한다.

거기까지는 장보기가 쉽다. 채소류 구입에서 고민이 많고 주춤거리기 시작한다. 특유한 향, 물컹한 식감, 무엇보다 끌리지 않는 색감까지 가족들이 하나씩 싫어하는 채소를 제외하다보면 살 것이 없다. 이렇듯 좋아하는 채소 교집합을 찾다보면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시장과 마트를 몇 바퀴 돌다보면 진열대에서 예쁜 모양으로 여러 가지 색으로 눈에 확 띄는 게 있다. 바로 파프리카이다.

빨간 파프리카는 주름살 감소에 좋고
노란색은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도움
주황색은 성장기 어린이에 특히 효과
초록은 엽산·철분 풍부해 빈혈 예방
볶음·샐러드·생식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빨강, 노랑, 주황, 초록 등 식욕을 돋우는 밝은 색으로 소쿠리에 소복이 담겨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들과 같이 장을 보러 가면 이 채소는 이래서 싫고 저 채소는 저래서 싫다고 제각각 먹기 싫은 이유를 대곤 하지만 파프리카는 전원이 아무 불만 없이 구입에 찬성을 한다. 색이 예쁜 때문일까?

빨간색 파프리카는 다른 색 파프리카에 비해 매운맛이 난다고 하지만 매운 것을 잘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에는 향으로 느껴질 뿐이라고 한다. 또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주름살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노란색 파프리카는 천연항산제인 비타민C가 풍부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루테인 성분이 있어 심뇌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주황색 파프리카는 단맛이 나며 비타민A·B와 칼슘, 철분이 풍부해 아이들의 성장발달 및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초록색 파프리카는 엽록소, 비타민K, 엽산, 철분이 풍부해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빈혈예방에 도움을 준다.

나에겐 파프리카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결혼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친정에 갔을 때의 일이다. 편안한 나들이를 끝내고 시댁으로 출발하려는데 친정엄마가 상자 하나를 들고 오셨다. 동네 젊은 사람들이 하우스 재배를 많이 해서 수출을 한다는 것이었다. 쌈장에 찍어 먹어보니 아삭거리며 맛이 아주 좋다면서 시어른께 갖다드리라고 하셨다.

무엇인지 궁금해 상자를 열어보니 알록달록 파프리카였다. 당시에는 파프리카가 고가의 특수채소여서 시장에서는 잘 팔지 않았다. 백화점이나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채소였는데 가정 식탁에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친정엄마의 정성을 들고 시어머니께 드리니 이걸로 무엇을 해먹을 수 있나 고민하셨다. 파프리카 요리를 해본 적 없는 나는 친정엄마가 시키는 대로 쌈장에만 찍어먹다가 반은 상해서 버린 기억이 있다. 시어머니께서 고가의 음식을 버린다고 미안해 하셨지만 해먹을 줄 몰랐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화려한 색깔만큼이나 영양소도 풍부하고 요리를 빛나게 해주는 파프리카로 다양하게 요리를 한다. 잡채, 불고기 등과 같은 각종 볶음요리는 물론 샐러드 만들 때는 꼭 넣는다. 볶음요리 시 껍질이 두꺼워 수용성 비타민의 파괴가 다른 채소에 비해 적으며 비타민A 같은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최대화시켜준다. 모양 그대로 동그랗게 슬라이스 하기, 네모 썰기, 채썰기 등으로 복지관에서 파프리카를 넣어 샐러드를 완성해 놓으면 자원봉사자들이 꼭 사진을 찍는다. 너무 보기에 좋아서 먹기도 전에 눈이 더 즐겁고 맛있다고….

영양소는 많으면서 칼로리는 100g에 20㎉정도 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환영받고 있다. 수분함량이 높아 요즘같이 더운 여름날이나 등산할 때 오이와 마찬가지로 갈증해소에도 좋다.

컬러푸드와 파이토케미컬 성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이토케미컬은 천연의 식물성 화학물질인데 질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생리활성 기능을 가진 성분이며 컬러푸드에 풍부하다고 한다. 파프리카도 한 가지 색만 먹기보다 색깔별로 골고루 섞어 먹으면 다양한 비타민과 파이토케미컬을 섭취할 수 있어 더운 여름을 건강히 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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