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집회·시위 때마다
참석자-운전자간 실랑이
서로 배려하는 의식 필요

▲ 울산노동자 총파업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지난 20일 울산시청 앞 도로 2개 차선을 점령한 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울산에선 대규모 집회·시위 때마다 ‘합법 집회 보장’과 ‘교통·보행권 침해’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다. 지난 20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주관한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 당시 도로 행진이 진행되면서 울산 도심 도로 곳곳이 주차장으로 변했고, 통행을 요구하는 운전자와 합법 집회를 방해하지 말라는 참석자간 실랑이를 벌이다 고성이 오가거나 멱살잡이를 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김모(40)씨는 “한 시간 동안 도로에 갇혀 있다가 사업 미팅 2개가 펑크났다”며 “차라도 지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다가 집회자들에게 맞을 뻔 했다”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최자가 집회 목적과 일시, 장소, 참가 예정 단체 및 인원 등을 적은 신고서를 집회 시작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면 집회·시위를 열 수 있다.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거나 공공 질서를 해칠 명백한 경우 등이 아니면 허가된다.

이날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집회’ 뿐만 아니라 둔치에서 울산시청을 거쳐 다시 둔치로 돌아오는 대규모 행진 역시 ‘시위’이기 때문에 합법이다.

하지만 이번 집회 및 시위에 주최측 추산 1만명(경찰 추산 6500명)이 참석하면서 태화강 둔치 일대 골목은 이들이 타고 온 차량 등으로 주차대란을 빚었다.

둔치에서 울산시청을 오가는 행진 당시 도로 한 차선을 제외하곤 통제돼 심각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울산경찰청이 사전에 VMS 문자전광판(51곳), SNS 등을 통해 교통통제 및 실시간 상황을 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집회자들이 태화로터리에서 중앙로, 돋질로, 봉월로를 거쳐 다시 태화로터리로 돌아오는 행진을 하면서 해당 구간 뿐 아니라 이들 도로와 연결되는 구간 곳곳이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평소 10~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이날은 1시간 이상씩 걸리기도 했다. 또 행진에 따른 차량 진입 등을 통제하는 경찰에게 항의하던 일부 운전자는 오히려 “합법 절차를 거쳤는데 왜 방해하느냐”고 따지는 집회자들에게 욕설을 듣는 등 위협을 받기도 했다.

울산에서 진행되는 집회·시위로 인해 이같은 상황이 한번씩 빚어진다. 현대차 희망버스 집회가 열렸을 당시 염포·양정동 일대 도로는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당시 양정동 주민단체들은 심각한 교통정체를 일으키는 집회를 중단해달라는 집회를 벌였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를 돌보는 울산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 관계자들은 한번씩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열리는 산재사고 규탄 집회에서 장송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환자·가족들에게 죄짓는 기분까지 든다고 호소한다. 이 역시 소음 기준 내에선 합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측이나 경찰에서 최대한 질서가 유지되도록 노력하지만 대규모 집회·시위일 경우 일반 시민들이 통행·보행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며 “허가된 집회·시위 역시 합법이다보니 양측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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