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 캐릭터·흥미진진한 스토리
인문학적 창의력과 상상력이 바탕
인문·자연과학의 협업 중요성 실감

▲유화숙 울산대 의류학과 교수

세계적으로 포켓몬고 게임 열풍이 대단하다. 올 7월6일에 출시된 이 게임에 사람들이 몰입한 나머지 포켓몬을 찾으러 가다 교통사고를 내거나,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들어가 게임 이용자가 체포되기도 했고 포켓몬을 찾으며 서성이다가 괴한으로 오해받아 총격을 받기도 했다는 외신들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로 서비스가 되고 있지 않지만 며칠 전에는 속초에서, 지난 22일에는 울산 간절곶 일대에서 게임이 실행된다고 알려져 그 주변에 게임이용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포켓몬 고는 포켓몬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포켓몬 컴퍼니와 닌텐도,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이스’를 개발한 나이언 틱이 위치기반 서비스를 기본으로 해서 만든 게임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로드한 후 앱을 켜고 다니면 포켓몬이 출현하는 곳을 확인할 수 있고 그럼 이를 쫓아가 몬스터볼을 던져서 포켓몬을 잡는 방식이다. 포켓몬은 1995년 일본에서 제작된 초등학생용 오락게임으로 텔레비전 만화나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어 크게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은 스스로 진화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특수생명체로, 주인공은 이 포켓몬을 모두 잡아 마스터 트레이너(master trainer)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몬스터를 키우고, 다른 몬스터와 대결해 승리하면 몬스터의 단계가 올라간다는 스토리구조를 갖는다.

세계적인 포켓몬 고의 유행을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잘 만들어진 캐릭터와 스토리, 이를 재미있게 구현할 수 있는 첨단 과학 기술이 만나 이룩해 낸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인문과학과 자연과학·공학의 융복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어렸을 적 만화 영화나 게임 등을 통해 포켓몬을 만났던 사람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증강현실이라는 첨단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그 캐릭터를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이다. 유행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20년 전에 잘 만든 캐릭터와 스토리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매력적이고 흥미와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한편으로 이런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든 일본 기업이 부럽기도 하다. 물론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만 갖고 지금의 유행을 만든 것은 아니다. 이러한 유행을 일으킨 데는 증강현실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힘이 크다.

이와 같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융복합 결과물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형태로 여러 산업부문에서 나타날 것이고 단순히 어떤 작품이나 제품의 성공 여부를 떠나 사람들의 삶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상품에 이를 적용시킬 경우 경제적인 효과도 커 우리도 인문과학과 자연과학·공학의 융복합을 통한 연구와 협력관계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융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학문 영역의 균형 잡힌 발전이 기본조건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창의력과 상상력에 의해 탄생하므로, 경험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재현가능성을 중시하는 자연과학이나 공학에 비해 인간의 사상이나 문화를 탐구하는 인문과학 영역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므로 인문과학 분야에서의 연구와 후학 양성은 중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문과학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인문학 강좌나 특강 등이 TV나 라디오, 각종 공공기관에서 개설 중이고 시민들의 호응도 높아 보인다. 또한, 정부나 산업계에서도 보다 높은 양질의 국민의 삶 설계와 고객 만족 향상을 위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인문과학, 자연과학·공학 등이 융·복합하여 연구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이나 방향, 산업계에서 인문과학을 홀대하는 사회 풍토가 여전하고 더 깊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 더욱이 최근에는 지속적인 불경기로 인해 취업률이라고 하는 잣대로 모든 학문을 평가하는 바람에 인문과학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 때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을 느끼고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겠지만 취업률 앞에서 그러한 자각이 얼마나 힘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화숙 울산대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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