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버섯 농사

▲ 수확한 새송이버섯을 출하하기 위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귀농인 대부분이 50대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시골로 내려가 노동력이 크게 들어가는 작물을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버섯농사는 노동력이 크게 필요치 않고, 땅값이 비싼 울산에서 소규모의 부지만 있어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시설을 통한 식용버섯 재배는 계절과 기후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확량을 거둘 수 있다.

버섯 농업은 크게 송이, 느타리, 팽이 등의 식용버섯과 상황, 영지, 동충하초 등의 약용버섯으로 나뉜다. 그중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식용버섯은 주로 대규모의 공장 등에서 대량생산을 하고 있으나, 일정 시설만 갖춘다면 소규모의 농가에서도 충분히 재배를 할 수 있다.

균 배양서 출하까지 55일 걸려
소규모 부지에서 기계식 재배
농가 규모 맞춰 수확시기 조절
수확·포장 외 노동력 필요 없어

◇균 배양에서 출하까지 두달안에 마무리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 위치한 이진희(65)·박옥수(여·65) 부부의 버섯 농장. 귀농 10년차가 넘은 이들 부부의 농장에서는 새송이 버섯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날 한여름 찜통더위 속에 이씨 부부의 버섯 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덮쳐왔다. 하우스는 버섯들이 잘 자랄 수 있는 기온을 맞춰주기 위해 항상 13~16℃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우스는 쉼없이 돌아가는 에어컨과 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로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곳 하우스의 각 동에서는 배양 시기별로 나눠진 송이버섯들이 자란다. 한 동에서는 이제 막 균 배양소에서 온지 3~4일 된 병들이, 한 동은 7~8일, 또 한 동은 14일 가량 지나 수확이 시작된 버섯들이 자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버섯은 균 배양에서 출하까지 대략 55일이 걸린다.

최초 균 배양소에서 35일 가량 배양시기를 거쳐 농가에 들여온 이후 14~15일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다. 즉 버섯농가에서는 3주 안에 들여온 버섯들을 키워 출하하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적은 규모의 토지에서도 가능

버섯재배는 다른 작물에 비해 비교적 적은 규모의 토지로도 시작할 수 있어 초기 귀농인의 땅값 고민을 덜어준다.

통상 버섯을 키우는 재배사는 조립식 판넬 재배사와 하우스인 보온 덮게 재배사로 나뉘는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판넬 재배사는 기계화 운영에 유리하고 단열효과가 좋은 대신, 시설비가 높게 들어가고 환기 및 습도 유지에 불리하다. 반면 하우스 재배사는 시설비가 낮고 자연환기, 보습효과가 뛰어나지만, 기계화에 불리하다는 것과 작업관리가 판넬식에 비해 다소 불편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초기 시설비용이 낮은 하우스 재배사로 시작할 경우 660㎡(200평) 규모의 토지만 있으면 소규모 재배사 설치가 가능하다. 순환식으로 돌아가는 버섯재배의 특성상 130㎡(40여평) 규모의 하우스 4~5개동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배사의 냉각시설과 관수시설 등 전기시설을 갖추는데는 동당 평균 3000여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소규모 버섯농장은 한때 울산지역에 20여개가 넘게 있었지만 현재는 10여개의 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울산시농기센터 관계자는 “다른 농작물에 비해 버섯농업은 전 재배과정이 기계식으로 재배가 이뤄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토지선정도 중요하지만 재배사 전기시설의 설치와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량 적고 계획된 수확량 생산이 장점

버섯재배는 농가의 규모에 맞춰 생산량과 수확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통상 5개동의 재배사를 운영할 경우 3개동에서는 각 주기에 맞춰 버섯의 생장이 이뤄지고, 1개동에서는 수확을, 1개동은 다음에 배양할 균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운영된다. 농가에서 수확량을 늘리고 싶으면 준비과정을 최대한 줄여 이 버섯재배의 사이클이 쉼없이 돌아가도록 운영하면 된다.

또한 버섯농가 관리가 기계로 운영되다 보니 수확과 포장 등을 제외하고는 크게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다. 재배사 안에서 작물이 자라기 때문에 계절과 기후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는다.

농기센터 관계자는 “흔히 농사를 짓다보면 비가 너무 안와도 흉년이 들까 걱정하고, 여름철에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농사를 망칠까봐 걱정을 하지만 버섯은 그렇지 않다”며 “외부환경에 신경쓰지 않고 하우스 안에서 잘 자라도록 해주기만 하니 신경쓸 게 많지 않아 좋다”고 전했다.

 

인터뷰 / 15년째 버섯 농장 운영하는 이진희씨
“공장의 대량생산에 맞서 품질로 승부”

버섯 농장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진희(사진)씨는 “어릴 적 시골에서 부모님들이 고생하시는 걸 보면서 자라다 보니 좀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농사를 짓고 싶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버섯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가장 높은 효율적인 작물”이라며 버섯을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경북 청도가 고향이라는 그는 10여년전 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한정없이 돈이 들어가는 건설사업에 지쳐가면서 귀농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시골에서 나만의 농장을 운영해야 겠다는 생각에 매물을 찾던 중 울산에 내가 찾던 적당한 농장이 나왔다”며 “버섯농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내놓은 것이었는데 알아보니 버섯이야말로 내가 찾던 작물인지라 주저없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버섯재배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경쟁이 심하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대규모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버섯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위기도 겪었다. 그런 만큼 이씨는 버섯재배를 시작하고자 하는 후배 귀농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고 한다.

이씨는 “버섯의 대량생산이 평준화되면서 품질이 우수하지 못한 농가들은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며 “한때 주변에 10여 농가가 넘는 버섯농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업종을 전환했다. 버섯재배의 장점도 많지만, 그만큼 육질이 단단하고 우수한 품질의 버섯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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