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디 농사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평리의 오디농장. 수확을 마치고 가지치기를 한 오디나무는 한창때보다 키가 많이 줄은 모습이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1년 내내 작물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 달갑지 않을 것이다. 또한 농사경험이 없는 초기 귀농인이라면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작물보다는 알아서 잘 크고 관리가 쉬운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땅에서나 잘 자라고 기술력이 부족해도 키울 수 있는 오디는 초기 귀농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물이다.

수확철 외에는 큰 일손 안들어
울산지역 농가 20여곳서 재배
냉장보관 않으면 금세 시들어
오전 수확 후 오후 판매 전략도

◇평소 손 적게가고 수확시기 한철만 ‘바싹’

지난달 28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평리의 한 오디농장. 1980㎡(600여평) 규모의 오디농장은 귀농 4년차의 김중기(61)·조숙자(61) 부부가 퇴직을 앞두고 마련한 것으로, 현재 400여그루의 오디나무가 자라고 있다.

오디의 수확시기는 통상 5~6월로 본격적인 무더위와 장마 등이 오기전에 수확이 마무리된다. 이날 찾은 농장의 오디나무도 수확을 마치고 가지치기를 해 한창때보다 키가 많이 줄어있는 모습이었다. 짧게 잘린 오디나무 가지에서는 내년을 준비하며 다시 파란색의 새 잎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디의 가장 큰 매력은 수확시기 한철 두달간만 바쁠뿐 평소에는 관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중기씨 부부도 수확을 마친 후에는 매주에 한두번만 농장에 와서 물을 주거나 주변관리를 해준다고 한다.

사실 김씨 부부는 본격적으로 귀농한 지난 2013년 전 이곳 밭에서 무화과 나무를 키웠다. 당시 김씨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던지라 안 그래도 손이 많이 가는 무화과를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씨는 “처음 작물의 특성을 잘 모르고 무화과를 선택한 것이 실수였다. 회사일로 자주 농장에 내려 올 수도 없는데 할건 많고 결국 무화과를 통째로 들어내고 오디나무를 심었다”며 “그러고 나니 수확철 두달 정도만 바짝 바쁘지 평소에는 관리할 것이 따로 없어 좋다”고 말했다.

◇“수확후 바로 출고해야”

판매처 확보 관건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울산지역에서 20여개의 농가에서 오디를 재배하고 있다. 이들 오디농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판매처 확보다.

오디는 수확 후 냉장보관하지 않으면 한나절만 지나도 금세 시들기 때문이다.

오디는 비슷한 베리류인 오미자, 복분자와 비교해 생산량이 많고, 나무의 수명도 수십년 정도로 긴 장점이 있지만 열매의 보존기간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 400그루의 나무에서 연간 3000㎏의 오디를 수확하고 있으며, 평균 ㎏당 1만2000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부부가 선택한 것이 바로 오전 수확, 오후 판매 전략이다. 오디의 수확량이 많기 때문에 수확철에는 최대 6~7명의 일꾼을 동원해 오전에 열매를 따고, 이날 수확한 물량을 오후에 바로 도로변 노상 등에서 판매한다.

울산시농기센터 등에 따르면 오디는 물량이 쏟아지기 전 단가가 좋을땐 경매를 통해 최대 1만5000원선까지 거래되지만,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고 타 지역에서도 출하되면 값이 5000원 선까지 내려간다. 결국 별도의 냉동장치 등이 없다면 독자적인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오디농사의 관건이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평리에서 1980㎡(600여평) 규모의 오디농장을 운영하는 김중기·조숙자 부부.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인터뷰 / 은퇴후 오디농장 운영하는 김중기씨

“농기센터 교육 등 적극 활용해야”

“귀농을 생각하고 있다면 초기 농기센터를 통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후에도 농기구 대여 등의 지원책을 적극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대기업의 품질관리직을 맡다 퇴직 후 오디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중기씨는 농사를 시작할 때 큰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처음 무화과 농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4000만원의 돈을 들여 밭을 마련했지만, 이후에 오디로 작물을 전환하면서는 묘목값 이외에는 추가자금이 크게 들어가지 않았다. 바로 농기센터의 지원을 적극 이용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디나무 묘목이라고 해봐야 1그루에 5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그리고 밭에 까는 부직포와 기본적인 농기구 장만에 100만원 정도가 더 소요됐다”며 “사실 농사를 짓다보면 이것저것 농기계도 필요하지만 울산시농기센터에 신청만 하면 저렴하게 필요한 도구를 빌릴 수 있다”고 전했다.

올해도 김씨는 밭에 물을 대기 위한 양수기와 가지치기를 하고 나온 나무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파쇄기를 울산시농기센터에서 빌려 사용했다.

그는 “처음부터 다 갖추고 시작하려면 끝이 없는 것이 농사다. 하지만 1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농기계가 필요한 시기는 한시적이고 그때그때 빌려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며 “관심을 가지고 방법을 찾다보면 굳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작물 작목반 등 선배들로부터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농사정보와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현재 울산시농기센터 내에 오디, 블루베리, 무화과, 복분자 등을 묶어 신소득과수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농기센터에서 전반적인 농사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실전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선배 농업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소득과수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현재 100여명의 회원이 속한 울산시농기센터 신소득과수연구회는 예비 귀농인 등을 위해 언제든 창구를 열어놓고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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