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보라빛의 매력 ‘가지’
부작용 없는 천연 여드름 치료제...눈의 피로·시력저하 개선 효과도

▲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필자에겐 여고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한 친구가 있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매일 전화로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저녁은 무엇으로 준비했는지, 아이들은 무얼 하는지 서로 말한다. 또 가끔은 남편 험담을 신랄하게 하는 등 시시콜콜 한 이야기부터 세상사까지 다양한 대화를 나눈다. 멀리 있지만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의 대화는 직장과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며칠 전 통화 때 친구가 이번에는 무슨 주제로 울산 시민에게 좋은 식품과 영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거냐고 물었다. 요즘 많이 나오는 가지에 대해 쓰고 싶은데 재미있는 스토리가 없어 고민이 많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친구의 이야기가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도시에서만 자란 친구는 지난해에 어느 농장에서 탱글탱글하게 고운 빛깔의 보라색 가지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처음 보았다고 한다. 농장 주인이 바로 가지를 뚝 따서 생으로 먹어보라고 해서 먹었는데 나에게도 가지를 생으로 먹어 본적이 있냐고 물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나는 엄마와 밭에서 간식처럼 바로 따 먹었던 이야기를 했다. 아삭하면서 달기도 하고 입술 주위를 알싸하게 만드는 맛이라고 했다. 가지를 생으로 처음 먹은 친구는 생소한 맛이라고 했다. 경도 비만을 가지고 있는 친구 남편이 요즘 가지를 부쩍 좋아하게 된 이야기도 해준다.

 

가지는 약 95%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고 100g당 19㎉정도로 열량이 매우 낮아 체중관리에 좋으며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변비예방에 도움이 된다. 경도비만으로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아진 친구 남편이 가지의 저열량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칼륨, 인, 엽산, 비타민A, 비타민B2 등 다양한 영양소도 함유돼 있다.

보랏빛 가지에게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다. 그 중 하나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생리활성물질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안토시아닌은 과일과 채소에 포함되어 보라색, 빨간색, 파란색 등을 띄는 색소이며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가지 껍질에서 추출된 안토시아닌 색소 성분인 나수닌(Nasunin)은 세포막 손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면역기능, 노화방지, 스트레스 완화 등에 도움을 준다. 채소 중에서 활성산소 제거능력이 일등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안토시아닌 외에도 항산화제로 작용하는 페놀화합물 함량도 높다. 가지에 풍부한 페놀산은 산화적 스트레스에 세포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며 박테리아나 곰팡이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신선한 가지를 자르면 갈색으로 변하는 이유도 페놀산의 효소반응 때문이다.

또 책을 많이 보는 청소년,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눈을 혹사하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빛의 자극을 전달하는 로돕신(rhodopsin)의 재합성을 도와 눈의 피로 및 시력저하 개선에 도움을 준다.

얼마 전에는 부작용 없는 여드름 천연치료제로 가지가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 보도를 접했다. 가지에서 추출한 ‘루페올’(lupeol)이라는 성분이 여드름 환자의 피지 생성과 염증, 각질화를 감소시켰고 세균반응이나 독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보도를 본 다음 날 아버님께서 밭에서 가지를 한 봉지를 따 오셨다. 여드름이 많은 예쁜 손녀의 피부를 늘 신경 쓰셨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일 될까 해서 부리나케 가지를 따오신 듯 했다. 딸도 할아버지의 걱정하는 마음을 알고 가지를 먹고 얼굴이 붙이고 수선을 떨고 있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 가지를 먹으면 몸을 시원하게 해 준다. 가지를 쪄서 냉국이나 무침으로 먹어도 좋지만 식물성 기름과 함께 볶음, 튀김, 전으로 요리를 해 먹으면 더 좋다. 페놀화합물과 나수닌이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기름으로 열을 가해 조리하면 그 함량과 생리 활성이 증가된다고 한다. 생가지가 생소하다고 느끼며 가지를 좋아하게 된 남편을 위해 어떻게 요리를 해볼까 하는 친구에게 가지의 영양을 더 증가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겠다.

성현숙 도산노인복지관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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