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이 동그란 빵집 앞을 지나갑니다.

빵을 본 눈이 동그래집니다.

고소한 빵 냄새를 맡은 코가 동그래집니다.

빵, 먹고 싶어 말하는 입이 동그랗습니다.

입안에 군침이 뽀골뽀골 동그랗습니다.

꼬르륵, 소리가 동그랗게 납니다.

▲ 박영식 시인

빵, 빵은 삶의 대명사나 다름없지요. 천하장사도 배고픔 앞에서는 이길 재간이 없는 것이 빵이고 보면, 빵 하나의 위력은 대단하지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다’라는 말과 ‘사흘 굶어 담 넘지 않는 사람 없다’는 말이 생겨난 연유는 다 삶의 근본인 빵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요즘 먹거리는 과학의 위상으로 입맛의 눈치를 살피지만, 예전엔 어디 그랬나요. 언젠가 뉴스에서 식량난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어느 곳에선 진흙을 반죽하여 햇빛에 빵을 굽는 보도가 있었지요.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나요? 오랜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렸던 우리나라도 그때엔 크게 다르지 않았지요. 고난을 딛고 선 시점에서 찐빵은 물론이고 달처럼 동그란 단팥빵, 크림빵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어찌 그리도 먹어 보고 싶던지, 그 맛이란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었네요.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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