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형원 동강병원 신경과 전문의가 뇌전증 발작을 경험하고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근 17명의 사상자를 낸 ‘해운대 교통사고’ 운전자가 뇌전증(간질) 환자로 알려지면서 뇌전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뇌전증(Epilepsy)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외부에서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뜻으로 일반적인 질병보다는 영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질병으로 여겨졌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에서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심한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편견이 더 심해질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형원 동강병원 신경과 전문의와 뇌전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운동성 경련발작은 대부분 병원 찾지만
잠시 의식만 사라지면 모르고 지나쳐
두번 이상 증상 나타나면 약물치료 시작
해운대 교통사고로 운전가능 의견 분분
발병 잦은 환자는 운전·수영 등 피해야

◇일반인 3%가 일생에 한 번 발작 경험

흔히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뇌신경의 손상이나 변형으로 갑자기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전기활동이 발생해 반복적으로 발작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간질이라는 용어가 가져오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됐다. 급성뇌병변이나 대사질환 등으로 인한 급성 증상 발작은 뇌전증에 포함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전형원 동강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뇌병변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질환이 뇌전증 발생의 위험인자 혹은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선천, 유전 질환은 대부분 소아기, 사춘기, 초기 성인기에서 주요한 원인이다. 머리 외상, 중추신경계 감염 및 뇌종양은 모든 연령에서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뇌혈관 질환은 60세 이상에서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연령에 따른 뇌전증의 발생률은 신생아기에서 가장 높고, 65~75세 이후 노인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U자 형태의 곡선을 나타낸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꽤 높은 편이다.

전 전문의는 “일반인의 3% 정도가 일생에 1회 이상 발작을 하며 발작을 한번 한 환자의 5% 정도가 뇌전증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뇌전증의 유병률은 1000명당 4~1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일정 기간 기억나지 않으면 병원 찾아야

뇌전증이라 하면 운동성 경련 발작을 쉽게 떠올린다. 운동성 경련 발작이란 거품을 물거나 고개가 돌아가고 팔다리의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다. 이런 환자는 거의 한 번의 발작으로도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잠시 의식만 사라지는 복합 부분 발작이 있는데 이 경우 본인이 발작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 전문의는 “복합 부분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멍하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하던 일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의식이 없기 때문에 본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이유 없이 필름이 끊긴 것처럼 일정기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생후 첫 번째 뇌전증 발작으로 병원을 찾게 되면 약을 복용하기에 앞서 여러가지 검사를 받게 된다.

전 전문의는 “각종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에는 약물치료를 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한다. 하지만 특별한 요인 없이 두 번 이상 뇌전증 발작이 나타났다면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물치료의 목표는 지속적으로 약을 사용하더라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증상을 조절하는 데 있다. 따라서 약물 선정은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 약을 잘 복용할 경우 뇌전증 발작은 어느정도 조절할 수 있다. 한 가지 약물로 발작의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못할 때는 새로운 약물을 추가하거나 다른 약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전증 환자가 치료 중에도 발작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요인은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은 경우이다. 그 외 음주, 수면 부족, 피로한 상태, 약물, 특정한 빛 자극 등이 발작을 유발한다.

◇발작 잦은 환자, 운전·수영 피해야

최근 해운대 교통사고로 인해 뇌전증 환자의 운동 가능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전 전문의는 “뇌전증 환자의 운전 여부는 삶의 질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발작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무조건 운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항뇌전증 약을 잘 복용하면서 1~2년간 발작이 없는 경우 운전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3~18개월간 발작이 없어야 한다.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가 운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발작이 잦은 환자라면 운전뿐만 아니라 수영이나 목욕 등도 혼자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전 전문의는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화상을 예방하기 위해 요리할 때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고, 활동할 때는 헬멧을 착용하며, 높은 곳에 오르거나 기계를 이용한 작업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활동이 꼭 필요하다면 보호자와 함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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