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서울시민의 취수원인) 팔당댐도 누가 와서 해코지를 하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최근 반구대 암각화 실태와 보존방안에 대해 해법을 찾겠다며 반구대 암각화 현장을 찾은 한 야당 국회의원이 한 발언으로 전해진 말이다. 이 야당 의원은 암각화가 울산의 식수문제 때문에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신이 재임기간 해결하겠다면서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듣기에 따라선 울산시가, 시민이 식수문제를 이유로 괜한 몽니를 부려 암각화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말로 이해된다. 문화재 전문가를 자칭하는 한 인사가 올해 초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울산시가 있지도 않고 발생하지도 않을 식수난을 이유로 괜한 트집을 잡고 있어 암각화 훼손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듯하다.

가변형임시물막이가 실패로 종결되면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앞으로도 울산과 울산시민들의 속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이 야당 의원 투의 발언은 계속해 나올 수 있다. 울산으로선 좀 더 분명하게, 울산의 우려되는 청정 식수 부족 문제의 실상을 알리고, 이미 마련돼 있는 해법의 실타래를 조기에 풀어낼 수 내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울산의 물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낙동강 상·하류에 울산 식수의 오염원이 될 수 있는 공단 개발과 하굿둑 개방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와 달성구는 낙동강 달성보 인근 달성군 논공읍 상하리 일원에 122만5300㎡ 규모의 산업유통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64개 산업시설과 상가, 향토음식점, 판매시설, 유스호스텔 등이 들어서는 휴양레저시설이다. 폐수나 우수 발생량은 1596.02㎥로 추정되고 있다. 낙동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울산으로서는 불안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부산시는 낙동강 하구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하굿둑 개방을 강행하고 있다. 공단개발과 하굿둑 개방을 반대하는 것은 울산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울산시의 낙동강물 의존도는 12~27%(연간 1600만t)이다. 낙동강 수계에 있는 다른 지자체들은 낙동강물 의존도를 점점 낮추어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낙동강 수계에 있지도 않은 울산시는 계속 낙동강물 오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게 현실이다. 근본적으로 먹는 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이 같은 걱정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최근에는 계속되는 무더위와 가뭄으로 녹조의 원인이 되는 남조류가 낙동강 상류로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걱정거리가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울산의 식수원인 사연댐이 남조류 증식으로 관심 단계의 조류 경보가 발령된 상황이고 회야댐의 남조류 농도도 높아지고 있는 등 지역 자체의 식수환경도 더욱 나빠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암각화 보존과 울산 물문제의 동시 해결의 답안으로 나온 대구·경북권 맑은물 사업은 한치의 진전도 없는 상황이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식수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청정수원 확보를 위한 지자체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타래가 더욱 꼬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암각화 보존을 위해서라도 더이상 늦출 수가 없다. 여기엔 암각화 보존과 관련된 정치적 행보나 립서비스는 갈등만 증폭시킬 뿐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십수년째 논란만 키워온 일련의 과정이 가르쳐준 유일한 교훈이다.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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