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하면 가리라
옷깃만 스쳐도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너에게 확 옮겨 붙으리라
옮겨 붙어서 한 열흘쯤
두들두들 앓으리라

살이 뒤집어지고
진물이 뚝뚝 흐르도록
앓다가 씻은 듯이 나으리라
-생략-

▲ 박정옥 시인

화락 타오르는 불의 색을 띤 나무, 그리고 속에서 끓어 넘치는 나무, 사랑의 속성을 묘파한 나무로 손색없이. 바라만 봐도 휘발유 먹은 숨결은 확 불을 당겨 진물나고 고름이 흐르도록 앓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다가갈 수도 없는 저 불꽃. 열흘정도 두들두들 만신창이가 되어야 꺼지는 앓이는 사랑에 의한 도전이고 모험이 될 것입니다. 옻닭을 먹으며 그 가렵고 아픈 앓이가 두려워 포기하는 사람들이 붉디붉은 저 놀빛을 마지막으로 꿈꾸지 않는지요. 동경을 품은 채 지독한 짝사랑으로.

‘네 몸 속의 피톨이란 피톨은/ 모조리 불러내리라/ 불러내어 추궁하리라/ 너를 앓고 싶어 환장한 몸’ ‘여차하면 가리라/ 옷깃만 스쳐도/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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