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육지해안 가운데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간절곶(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 일출 명소라는 본래의 명성 보다는 최근 포켓몬의 성지로 떠오른 것이 이유이긴 하지만 어찌됐던 간절곶이 유명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과연 이 유명세가 관광산업으로 이어질 지는 의문이다. 포켓몬 게임을 위해 간절곶을 찾았던 수십만명에게 포켓몬과 상관없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관광지로 인식됐다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울주군은 계획만 거창하게 세워놓고 있는데다 울산시와의 엇박자까지 겹쳐 관광자원화사업은 하세월이다.

간절곶은 십수년전부터 관광자원으로 개발돼왔다. 특히 새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 1월1일 일출명소로 주목을 끌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시작됐다. 울주군은 2003년 간절곶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한 후 2005년 34만5630㎡(약 10만평) 규모의 해맞이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개발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결과는 해안가에 어울리지 않는 도로 포장을 하고, 부적절한 조형물을 이곳저곳에 함부로 설치하면서 간절곶이 갖고 있던 자연미만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포항 호미곶이 ‘상생의 손’으로, 강릉 정동진이 ‘모래시계’로 상징성과 독창성을 확보하면서 우리나라 대표적 일출명소로 자리매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울주군은 2011년 전폭적으로 계획을 수정해 오토캠핑장과 야영장 조성 등 휴게공간을 중심으로 한 공원으로 변경한데 이어 2014년 공원 규모를 51만90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대의 난개발을 막고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에 대비해 공연장, 도서관, 북카페, 휴게소, 주차장 등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2030 울산도시기본계획안’에 울주군의 이같은 계획을 반영하지 않았다. 개발행위허가제한을 받고 있는 사유지 17만3400여㎡의 지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개발을 하든지, 제한조치를 해제해달라는 것이다. 무시하기 어려운, 당연한 요구다.

간절곶과 같은 아름다운 해안은 공공의 자산이다. 아무리 사유지라 하더라도 공공성에 입각해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자치단체 등이 매입을 통해 공공성을 갖고 개발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예산 등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일정기간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유재산을 언제까지나 묶어둘 수는 없다.

공공개발만이 능사도 아니다. 민간에 맡기되 공공성을 전제로한 울주군의 계획을 따를 수밖에 없도록 제도를 만들고 동참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간절곶처럼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관광지는 과도한 개발보다는 전국 유일의 상징성 부여가 더 중요하다. 북카페나 휴게소, 주차장 등의 편의시설은 굳이 자치단체가 하지 않더라도 관광지가 되면 민간이 자연스럽게 만들기 마련이다.

현재 간절곶의 상황을 보면 시일을 끌어서도 안 된다. 이제 막 관광지로 부각하기 시작했고, 이 시기를 놓치면 언제 또다시 이만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포켓몬의 유행이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도 아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