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선수 1~4위 불참했지만 흥행 대박에 홍보 효과까지
2017년에도 종목 잔류 확실시

▲ ‘새로운 세상’을 뜻하는 ‘뉴 월드(New World)’를 슬로건으로 내건 리우올림픽이 21일(현지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지난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10-1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고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은 금빛으로 물들었다. 사상 첫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한 양궁 대표팀은 역사를 새로 썼고, 대역전극의 주인공 박상영의 “나는 할 수 있다” 주문은 많은 이의 삶에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다가올 4년 뒤 도쿄 올림픽에선 승리의 환호가 더 크게 들려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연합뉴스

“골프는 올림픽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리우 올림픽이 끝나면 (정식 종목 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에 앞서 배리 마이스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말이다.

골프는 개막 전까지는 리우 올림픽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골프는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대중 스포츠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지역에서는 부유층의 전유물이다.

IOC가 이런 골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받아 들인 이유는 타이거 우즈(미국)같은 슈퍼스타가 올림픽 무대에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 세계랭킹 1~4위 등 최정상급 선수 상당수가 올림픽을 외면하자 ‘퇴출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골프는 남녀 경기에서 반전을 이뤄냈다. 골프 퇴출론은 빠르게 사라졌다.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남녀부 모두 짜릿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먼저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 저스틴 로즈(영국)와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올림픽에 앞서 치러진 디오픈 최종 라운드 못지 않은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보였다.

▲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박인비가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확정하자 박세리 감독(오른쪽 두 번째)과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경기 미국 내 시청률은 마스터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여자부 경기 역시 현역 명예의 전당 회원 박인비(28·KB금융)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격돌해 금, 은메달을 나눠가지는 세기의 대결이 성사됐다.

특히 박인비는 그랜드슬램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을 보태 사상 첫 골프 골든슬램을 달성해 골프에서 새로운 역사까지 만들었다.

남자부 최종 라운드는 입장권 1만5000장이 팔리는 흥행 대박이 났고 여자부 최종 라운드 역시 구름 관중을 끌어 모았다.

남자 스타 선수 부재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골프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거나 부유층의 전유물인 나라에 골프를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IOC와 국제골프연맹(IGF)의 목표도 빛을 봤다.

여자 골프 저변이 취약한 인도에서 온 아디티 아쇼크(18)가 일으킨 돌풍을 비롯해 매일 풍성한 스토리가 쏟아졌다. 아시아의 빈국 방글라데시 골프 선수 시디쿠르 라흐만(31)과 파라과이 출신 LPGA투어 선수 훌리에타 그라나다(29)는 개폐회식에서 고국 선수단 기수로 활약했다.

골프를 모르는 나라 국민에게 골프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데 IOC 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IGF는 예상 밖으로 흥행에 성공하자 고무된 표정이 역력하다. 내년 IOC 총회에서 종목 잔류가 확실하다는 말이 오갔다.

하지만 숙제도 적지 않다. 남자 스타 선수 불참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빡빡한 일정에 시달리는 정상급 선수들을 올림픽에 끌어들이려면 각국 투어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일정을 미리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단조로운 72홀 스트로크플레이로 개인전 순위만 가리는 경기 방식 개선도 요긴하다. IGF는 이미 단체전 도입 등 경기방식 변경을 공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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