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연극·뮤지컬 배우 활동...SBS ‘원티드’ 함태섭역 박호산

 

지난 18일 종영한 SBS TV 드라마 ‘원티드’에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은폐한 대기업 사장 함태섭으로 등장했던 박호산(44·사진)을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박호산은 함태섭이 경찰에 끌려가면서도 끝내 죄를 뉘우치지 않는 결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가 느낀 ‘짜릿함’의 이유도 거기에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마무리가 아니라서요. 드라마이지만 (현실 속) ‘그분들’의 태도와 속마음을 사실적으로 보여드릴 기회가 됐으니깐요.”

함태섭은 유명 배우 정혜인(김아중 분)의 옛 시아주버니다.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유괴당한 정혜인의 든든한 조력자를 자처했던 함태섭은 드라마 후반부에서 탐욕에 눈먼 아귀의 본색을 드러냈다.

“‘그분들’은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격식을 지키는 사람들이고, 포악하고 무식한 행동을 하지 않기에 지탄받는 일도 없죠. 함태섭을 연기하면서 그들의 마음속 시커먼 생각을 어떻게 하면 직접 드러내지 않고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 결과 호방하고 여유 있는 태도, 점잖은 말투로 포장된 재벌 2세가 탄생했다.

지난봄까지 드라마와 영화에 넘쳐났던 사이코패스형 캐릭터보다, 더 피부에 와 닿는 인물이었다. 한지완 작가의 대본도 박호산의 연기와 보폭을 맞췄다.

초반부 함태섭의 행동을 ‘비열하게, 하지만 들키지 않게’ 라고 묘사했던 대본 지문은 후반부에는 ‘우아하게’로 바뀌었다.

‘원티드’는 20여 년간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박호산의 사실상 TV 데뷔작이다. ‘안방극장에서는 1학년이나 다름없는’ 박호산에게 사회적으로 발화성이 있는 소재를 다룬 작품에서, 그것도 악역을 연기하는 일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아니요. 평소에도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기사도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자주 찾아 읽곤 했어요. 악역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사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만 생각했을 뿐이에요.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를 정면으로 내세운 작품이 제 데뷔작이어서 영광일 따름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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