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중학교 1학년생들은 오는 9월 시작하는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갖는다. 한 학기동안 이들에게는 지필고사가 없다. 토론·참여수업과 진로체험학습을 한 뒤 교사가 과제수행 능력과 특기·적성 등에 대한 평가를 생활기록부에 담는다. 지필고사에 익숙해 있는데다 대학입시전형을 중시하는 우리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한 학기동안 진행되는 이같은 수업에 대해 적잖은 불안감을 갖게 된다. 혹시 실력이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남들이 공부하지 않을 때 열심히 하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지 않을까. 다른 아이들은 별도의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부모들의 이같은 불안감을 악용하는 학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가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함께 학원 배너광고와 홈페이지 광고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울산에서 자유학기제를 이용한 마케팅을 한 학원 5곳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낸 학원 4곳 등 9곳이 적발됐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엄중한 단속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제는 국·영·수 중심의 성적으로 모든 아이들을 서열화하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잘못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되는 제도이다.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는 제도로,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우리 교육의 선진화는 물론이고 모든 아이들이 재능에 따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다. 단순히 한 학기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의 변화를 유도하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을지 교육계는 물론이고 전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처럼 일부 학원들이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특별반을 만들어 학생모집을 한대서야 말이 되는가. ‘알찬자유학기제 특별반’ ‘중등과정 자유학기제반’ ‘입시는 초6부터 준비해야’ 등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학원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설학원도 학교나 다름없이 공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학원이 교육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역행할 경우 교육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자유학기제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국·영·수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비록 사설학원이라 할지라도 교육목적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영업을 해야 한다. 다채로운 우리 아이들이 전근대적인 가치관에 따른 획일적인 길이 아닌, 다양하고 무한한 가치를 찾아내고 역량껏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데 교육기관인 사설학원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벗어난 학원들이 난무한다면 학교에서의 자유학기제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교육청의 엄중한 단속과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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