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에 시름깊은 수확시기
김영란법 여파에 추석대목도 하 수상
지역농민 돕기로 한가위 뜻 살렸으면

▲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바다가 접해 있고,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울산이지만 2016년 여름은 폭염특보가 20여일 이상 발령되는 등 기록적인 더위로 기억될 것 같다. 이제 신선한 바람이 분다는 처서도 지나고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문턱이지만 장기간 지속된 폭염으로 가축과 어류는 폐사하고 따가운 햇살에 과일과 채소는 속이 타들어가는 일소현상으로 농업인들의 얼굴엔 시름이 가득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가격정보’를 보면 뙤약볕 피해로 배추 한포기 가격이 지난 7월 전국 평균 3492원에서 8월에는 5025원으로 폭등하여 도시민들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궁극적으로 농산물 소비감소로 농업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거기에 더해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5만원 이상의 선물을 금지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값싼 수입 농축산물 중심으로 선물세트가 준비되고 있어 우리 농산물의 최대 판매시기인 추석명절특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법시행에 따라 농가당 209만원에서 최대 1226만원까지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정부패를 없애고 청렴사회를 구현하려는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우리 농축산물에 감사와 애정의 뜻을 담아 보내는 선물과 대가를 바라고 전하는 뇌물이 혼돈되어 본연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의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선물은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 추석에 우리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을 돕고, 생명산업이자 도시민의 안식처인 농업·농촌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추석은 음력 8월15일로 봄부터 시작된 농작물이 결실을 거두는 시기로 수확한 농작물로 풍년을 주신 조상들에게 감사하고 가족, 친지들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는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이다. 과거 먹을 것이 부족했던 때는 추석, 설 등 명절에는 갖가지 음식을 해서 조상들의 덕을 기리기도 했지만 후손들이 그 날만큼은 배고품에서 벗어나 평소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너무나도 풍요롭고 오히려 과잉적인 요즈음은 핵가족화로 인해 추석이나 설 등이 또다른 휴가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추석연휴 때면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으로 인천공항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뉴스를 매년 접하면서 명절에 대한 의미도 많이 바뀌어 가는 듯하다. 아무리 세태가 바뀌더라도 농업·농촌이 고향의 향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남아 도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 또한 시골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릴적을 생각해 보면 명절 때 마을사람들이 함께모여 각종 놀이와 얘기로 정을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요즈음 명절은 이웃과 교류가 없이 대부분 가족단위로 조용히 보내 전통적인 명절 문화가 잊혀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도시 직장인과 달리 농업인의 경우는 일년동안의 결실이 가을에 집중되는데다 특히 올해 추석은 폭염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농산물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도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이용이 절실하다. 통계를 보면 작년 3200만명이 추석기간동안 고향을 다녀왔다고 한다. 경제가 많이 어렵지만 올해에도 많은 귀성객들이 고향을 찾아 어릴적 먹던 지역농축산물로 고향의 맛을 듬뿍 느끼고 돌아가길 기원해 본다. 울산농협은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시청앞 울산농협본부에서 9월6일부터 9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추석에는 지역 농업인들이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농축산물로 정겨운 명절상을 채워보면 어떨까.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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