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주 상북초등학교 교사

2학기의 시작이다. 까만 얼굴로 씨익 웃는 아이들에겐 건강함이 한껏 묻어난다. 지나간 방학을 좀 더 알차게 보내지 못했음이 안타까워 벌써 겨울방학이 기다려진단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에게나 있나보다.

2학기가 되니 아이들이 다르다. 눈빛은 좀 더 진중해지고, 아이들 간의 대화 수준도 달라졌다. 3월부터 써오던 일기장에도 생각이 많이 담기고, 내용이 깊어진다. 겨우겨우 읽어내던 학급 도서들도 이제는 제법 두꺼운 책을 손에 쥔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은 성장했나보다.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과 적응에 몸살 앓던 1학기보다 익숙함을 기반으로 시작하는 2학기는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안정감을 준다. 아이들의 성장에 속도 붙이기가 가능한 시기다.

2학기 첫 과학 시간,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이끈다. 새로운 활동의 도입에 앞서 누구보다도 눈을 반짝이며 목소리의 톤을 높여 아이들의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자극해본다.

우리 자유탐구를 해보자. 교과서를 보면서 호기심이 가는 탐구 주제를 정하는 거야. 도서관으로 가서 그 주제에 대해 설명해 놓은 책들을 찾아보자. 시작은 너희들이 좋아하는 과학 만화 상식책으로, 그리고 점점 더 깊이 있는 책들을 읽으며 기초 상식을 키우고, 관련 자료를 찾고, 실험도 하고, 관찰도 하고, 보고서도 쓰고, 발표도 해보자. 재미있겠지? 형식은 없어, 형식을 정하는 건 너희들이야. 어려우면 친구들이 하는 것을 눈여겨봐도 괜찮아. 그래도 힘들면…, 걱정 마, 선생님이 있잖아. 1학기를 떠올려봐. 새로운 단원, 새로운 주제가 나오면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을 찾아서 읽었잖아. 나만의 저울을 만들며 보고서도 만들었어.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했지. 울산 12덕목과 관련된 사진을 찍고, 편집하고, 결과를 웹에 올리는 활동도 했었잖아. 강낭콩을 심어서 긴 시간 관찰도 했구나. 두부 만들기 실험도 했었네. 그 때는 선생님과 함께 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해보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주제 찾기에 나서는 아이들이 참 고맙다. 자유 탐구 활동으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이들 수준에서 찾은 과학적 주제에 대한 결론은 대체로 답이 정해져있고, 쉽게 그 답도 찾을 수 있다. 수업 시간에 10분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그 주제에 대한 결론은 쉽게 낼 수 있다. 하지만 긴 시간 탐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그 과정이 아이들에게 귀한 성장의 시간이다.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스티브 잡스도 겪었을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아이들은 고민하고, 고심하고, 희열을 느끼며 또 한 번 성장해 나갈 것이다.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대신 해주고픈 마음을 꾹 참아야 한다. 한 발 떨어져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필요한 조언을 넌지시 던지고, 아이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료를 슬쩍 놔두고…. 어쩜 이리도 잘 해내냐고, 정말 멋지다고 한명 한명에게 딱 들어맞는 칭찬의 말도 준비해 둔다. 서로에게 익숙해진 2학기는 오늘도 소리 없이 바쁘다.

최영주 상북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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