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천사 구’ 선포 6개월여만에
남구민의 3%가 ‘천사날개’ 달아
이웃사랑 성숙한 시민의식에 뿌듯

▲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를 무척 좋아한다. 오래전 영화지만 몇 번이나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1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 인기를 끈 숀 코네리의 세심한 연기에 매료된 탓도 있지만 아마도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암묵적인 공감대가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나면 진한 여운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언뜻 보기엔 인생의 꿈과 글쓰기에 대한 내용 같지만 다른 한편으론 배려와 나눔이 상대방은 물론 자신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을 가져오는지를 담담하고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 어른으로서 해야 할 진정한 도리가 무엇인지도 깨닫게 한다. 쉽게 잊혀지는 흔한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만큼 명확하다는 뜻이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나눔은 우리들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다. 우리가 얼마나 건강한 공동체인지를 알려면 남을 배려하고 돕는 손길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면 된다고 했다. 나눔이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하는 이유다.

울산 남구가 9월1일 전국 기초단체 중 최초로 ‘나눔천사 구(區)’ 선포식을 갖고 나눔도시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한편 참여한 분들에 대한 감사의 자리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구는 지난 2월부터 기부문화를 범 구민 운동으로 확산하고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나눔천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시작 6개월여 만에 천사구민, 착한가게, 착한기업 등 1만1304개(명)를 돌파하며 남구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당초 630명에 불과했던 천사구민이 현재 1만4명을 넘겼다. 남구인구의 약 3%에 달하는 주민들이 천사날개를 달았다는 얘기다. 착한가게는 1250호점이 탄생했고 착한기업도 50개소에 이르렀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남구민의 열정과 의지를 높이 살만하다.

더욱 뿌듯한 일은 민간단체가 주도해 대대적 행사를 통한 릴레이 가입방식으로 구민과 단체들의 동참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그야말로 값진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에 모은 기부금 8억여원(연간)은 전액 남구 소외계층에게 지원된다. 특히 이렇게 지원을 받은 이웃이 다시 기부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건 참으로 고무적이다.

어려운 사람의 사정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더 힘든 처지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자신의 작은 주머니를 선뜻 털어주는 ‘아름다운 이웃천사’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러고 보면 이번 ‘나눔천사 구(區)’ 선포가 선순환 구조의 기부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좋은 계기가 될 게 틀림없다.

물론 경제 불황의 여파가 한여름 불볕더위만큼이나 우리를 힘들게 한다. 너나없이 수입이 줄고 고용도 불안하다. 그만큼 지출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활력을 잃지 않고 더욱 건강해 지려면 기부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야 마땅하다.

나눌 수 없는 것은 없다고 했다. 돈, 시간, 재능 등 무엇이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누고 베푼다면 사회는 한결 더 따뜻해지기 마련이다. 많고 적음을 떠나 기부 문화가 우리 사회에 미칠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나눌수록 더 많아지고, 더 많이 채워진다. 이것이 나눔의 신비라 했다. 사회통합도 이로써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법이다

“계절은 변한다. 인생의 겨울에 와서야 삶을 알게 되었구나. 네가 없었다면 영영 몰랐을 거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 나오는 대사다. 진실한 마음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자 보람일 것이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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