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쫓기는 채무자 위한 파산신청 가이드북”

울산지법 개인파산관재인 경험...판매 수익금은 전액 기부하기로

▲ 개인파산 채무자 구제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이민호 변호사가 자신의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빚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충분이 헤쳐나갈 수 있지만 무지한 탓에 수렁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이 안타까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울산지방법원 소속 개인파산관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민호 변호사가 채무자의 입장에서 알기 쉽게 쓴 개인파산 탈출 실전 가이드북 <변호사 없이 나 홀로 파산 신청 면책 해내기>라는 책을 펴냈다. 법률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고, 파산선고 이후 면책 과정에서 파산관재인의 조사를 받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책은 철저하게 채무자 입장에서 저술했고, 파산 및 면책절차를 ‘여행’이라는 개념에 대입시켜 파산 및 면책신청 단계부터 최종 면책허가 여부 결정 및 복권시점까지 시간적 흐름에 따라 구성한 가이드 북의 형태다.

이 변호사는 “이 책은 어려운 법률 서적이나 신세한탄의 자서전이 아니다. 17년간 실무 경험을 토대로 가장 쉬운 말로 풍부한 예를 들어가며 만든 실무서다”며 “이 책을 읽게 되면 독자가 처한 상황과 해결책이 쉽게 눈에 그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쓴 동기를 ‘무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표현했다. 그는 “IMF시절 건설업을 하던 친형을 위해 연대보증을 서 수십억원의 빚을 떠안게 된 사람이 있었다. 당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있던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20년 넘게 신용불량자로 살아왔고, 빚독촉에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최근에서야 구제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절차를 거쳐 그는 빚 전액을 탕감받았다”며 “만약 그가 일찍 이같은 방안을 알았더라면 더 편안한 삶을 살게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처럼 빚을 극복하고 충분히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산제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채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하는 일부 법률전문가와 브로커 때문에 실제로 혜택을 보는 경우가 적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조금이나마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책 판매 수익금 모두를 기부할 예정이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홀몸으로 옥교동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생선장수로 힘들게 저를 키웠다”며 “기부는 모친과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세상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000년부터 변호사 이민호 법률사무소를 개업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예금보험공사와 월평신용협동조합 공동파산관재인을 역임했으며 2012년부터 현재까지 울산지방법원 소속 개인파산관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흔들의자 펴냄. 208쪽. 1만5000원. 최창환기자·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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