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당기운 지닌 울산 동구 대왕암

▲ 대왕암을 형국론(形局論)으로 분석하면 거대한 한 마리 황룡(黃龍)이 바닷가에서 여의주를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을 닮아 있다. 이러한 형국을 황룡농주형(黃龍弄珠形)이라고 한다. 대왕암 바위가 만들어낸 선의 방향에 따라 파도와 바람이 움직이는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 한마음회관 소장사진

울산 동구 울기(蔚崎)등대 입구 주차장에서 울창한 송림을 따라 약 10분정도 걸으면 등대가 나오고, 그 아래 바다에 거대한 암반들이 줄지어 있는 대왕암(大王岩)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대왕암은 신라 문무대왕이 죽어서라도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해 장사지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북 경주 양북면 봉길리 바닷가의 문무대왕릉이 대왕암으로 지정됐고, 울기등대 대왕암은 문무대왕 비(妃) 자의왕후(慈儀王后)가 용이 되어 들어갔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이번에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명당기운의 생성원리를 울기등대 대왕암의 구조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공기가 움직이면 바람이 되고 바람 속에는 기초원소의 물질이 들어 있다. 바람이 모인다는 것은 물질이 모인다는 개념과 같다. 그러면 생기(生氣) 있는 바람이 모이는 지역에 살면 생기를 얻어 건강해지고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좌우 해수면의 파도가 만나고
지상에서는 바람이 만나 음양배합
주변보다 높은 열기로 ‘명당기운’
수중릉 덮개석 추정 돌 발견 지점
수컷 용 형상의 울기등대 대왕암이
암컷 용 형상의 봉길리 대왕암보다
진짜 문무대왕릉일 가능성 높아

 

▲ 대왕암 주변 해수면 파도 흐름을 나타낸 평면모식도. A와 B 양쪽에서 오는 파도가 붉은색 원 주위에서 만난다. 그 시각 수면 위에서는 바람이 만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바위 벽이 물길과 바람길을 유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붉은색 원 지점을 혈자리라 하고 이 자리의 기운을 명당기운이라고 정의한다.

필자는 1998년 12월쯤 조계사 폭력사태 당시 울산 월봉사(月峰寺)에서 출발해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구룡사(九龍寺)를 방문한 적이 있다. 사찰 회보 <구룡지>에서 고(故) 황수영(黃壽永, 1918~2011, 전 동국대학교 총장) 박사가 쓴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이 글은 대왕의 호국정신과 문무대왕릉에 대해 기록하고 있었다.

그 다음해 황 박사와 대왕암에 대해 전화통화를 오래 한 적이 있다. 통화에서 황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문무대왕의 호국정신을 고취시켜 시대적 귀감으로 삼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는 봉길리 대왕암과 울기등대 대왕암을 오가며 조사한 끝에 문무대왕릉을 봉길리로 결정했고 이대로 지정 고시됐다. 이후 정해진 날까지 다른 의견이 없어 봉길리 대왕암을 문무대왕암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문무대왕릉 지정 근거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동해구(東海口) 대왕석에 장사 지냈다는 것과 그 주변에 이견대(利見臺)가 있었다’에 대한 이견대 자리의 위치고증이라 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는 설명도 있었다.

풍수지리 연구자로서 명당기운 차원에서 봉길리 문무대왕릉 고증의 이유를 물었다. 울기등대 대왕암 수중명당이 진혈(眞穴)이고 봉길리 대왕암은 가혈(假穴)이라고 판단된다는 필자의 명당론에 대한 입장부터 설명드렸다. 그러면서 “가짜 혈에 대왕을 장사지낼 수 있었을까, 살아있는 용맥이라는 지맥은 강이나 바다를 건너기 위해 바위로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풍수지리 정설이다,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다른 섬의 지맥과 연결된다, 울기등대 대왕암에서는 그렇게 되어 있고 봉길리 대왕암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 드렸다.

▲ 울산 대왕암공원에는 신라 문무대왕의 비 자의왕후가 용이 되어 들어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대왕암이 있다. 해안로를 따라 산책하면 신비스런 향기를 뿜어내는 송림과 어우러진 바다, 기암괴석들을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동울산향토사연구회’라는 단체에서 문무대왕 수중릉을 고증하기 위해 수중촬영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수중릉의 덮개돌로 추정되는 돌을 대왕암 다리 아래 수중에서 찾아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울산 동구에 살면서 이 단체 회원이던 필자는 울기등대 대왕암과 봉길리 대왕암에 대해 나름대로 정확한 풍수적 해석을 하기 위해 100여 차례 조사를 다니곤 했었다. 이때 울기등대 대왕암 전체는 거대한 한 마리 수컷 용 형상이고, 봉길리 대왕암은 한 마리 암컷 용 형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황 박사는 이에 대해 “울기등대 대왕암 다리 아래지역은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이라 수장(水葬)할 여건이 안 된다”면서 “봉길리 대왕암은 인공의 흔적이 있고 바람이 약하며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라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적 자료나 다른 의견이 있으면 재고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고학 관련 대학교수나 시청 문화재 담당이라야 문화재 재심의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왕암 다리 아래쪽에 보이는 복심이 섬으로 불리는 곳이다. 복심(腹深)은 배꼽을 말하는데 대왕암 전체를 한 마리 큰 용으로 볼 때 용의 배꼽이 된다. 양쪽 파도가 원 부분에서 만나는 지점이다.

풍수지리 학문은 사람들이 이롭게 살아가기 위해 바람과 물과 땅이 주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다. 땅은 딱딱하여 바람 길을 유도하는 원인 제공자이고 여건에 따라 바람을 품기도, 흩어 내기도 한다. 바람이 모이는 지역은 날씨가 온화하고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기압이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지역에서 명당기운이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울기등대 대왕암의 수중혈로 추정되는 곳은 대왕암 다리 아래 용의 배꼽에 해당되는 복심(腹深)이 섬 부근 수중지맥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좌우 쪽에서 들어오는 해수면의 파도가 만나서 여기에 장시간 머물고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이때 지상에서는 바람이 만나 서로 음양배합을 하게 되고 새로운 기운을 생산하게 된다. 생산되는 새로운 기운은 주변에 비해 다소 높은 열을 가지게 된다. 이를 명당기운이라 한다. 이렇게 명당기운이 형성된 지역이 수중릉 덮개 석으로 추정되는 돌이 발견된 지점이라는 것이다.

▲ 울산 동구 울기등대 앞 대왕암은 거대한 한 마리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가장 높이 솟은 부분을 용머리의 뒷모습, 그 앞으로 바닷물에 잠길듯한 바윗돌을 여의주로 본다.

박시익(朴時翼, 풍수지리학) 영남대학교 환경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풍수지리와 건축>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바람이 만나서 머무르는 지역은 기운이 밝고 건강하며 고기압 지역이 된다. 고기압 기운은 양질(陽質)의 기운으로 긍정적 생각을 유도하여 매사에 하는 일들이 원활하게 잘 풀리는 성공기운이다.” 저기압 지대 기운은 고기압 지대의 그것과 반대가 되는 음(陰)의 기운이고 이는 부정적 실패 기운이 되는 것이다.

대왕암 취기지형도(聚氣地形圖)는 환포지형이다. 양질의 기운이 모이는 땅에 대한 바람과 물길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살표를 따라 바람이 진행되어 울타리 모양의 환포지형 중심부로 모이게 되면 상대적 기압이 높아지게 된다. 이때의 기운은 양기(陽氣)가 되어 명당기운으로 분류된다. 같은 고기압 지역이라도 주변 지형지물의 토질 성분 차이에 따라 기압 차이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이 공기이다. 밀폐 공간의 공기는 기운이 죽은 공기가 되지만, 울기등대 대왕암 구조에서 설명한 바람이 모이고 순환되는 공기는 살아있는 공기이다. 이러한 명당기운의 공기가 부드러운 바람이 되어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에 머물면 삶이 풍요롭고 건강하고 화목해진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명당기운은 건축물의 공간배치 설계와 비례한다.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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