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안전 관련 하자보수 서둘러야
수해예방시설 부족 물난리 우려

▲ 김영길 울산 중구의회 의원

여름의 끝자락, 울릉도가 예상치 못한 수마(水魔)에 큰 피해를 입었다. 사흘간 400㎜라는 기록적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고 도로가 끊기며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개인적으로 울릉군의회 의장과 친분이 있는터라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보니 “이런 물폭탄은 난생 처음”이라는 말에 황망한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울릉도의 수해피해를 접하며 중구 역시 울산혁신도시 조성 이후 곳곳에 ‘재해폭탄’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런 마음이다.

울산혁신도시는 7㎞에 달하는 거대한 띠 형태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위로는 함월산 자락 고지대인 성안동과 아래로는 복산동과 약사동, 우정동 등 중구지역 전체 구도심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는 혁신도시가 중구의 구도심보다 비교적 높은 지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수해를 예방할 시설은 턱 없이 부족하다. 과거 혁신도시 조성 전에는 녹지와 논과 밭이 대부분이었던 탓에 비가 많이 오더라도 자연배수가 되는 구조였다. 이후 혁신도시 조성을 계기로 인위적 시설물이 대거 들어섰고 이에 맞춰 상당한 용량을 수용, 처리할 수 있는 배수시설이 확충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혁신도시를 둘러보면 처리용량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장현저류지와 유곡저류지 등 수해예방시설이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때문에 주민들과 관할 중구청, 그리고 중구의회가 끊임없이 저류지 규모를 하천시설기준으로 적용해 기습폭우 등 갑작스런 기상이변에 대비하고 주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LH는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상태로 울릉도를 덥친 400㎜ 폭우의 절반만 와도 자칫 혁신도시 아래 구도심은 물난리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울릉도에 내린 기습적인 폭우가 울산에 내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이미 지난 2014년 8월 중구 태화동 일원은 순간적으로 내린 기습폭우에 한차례 물난리를 겪은 바 있다.

당시 LH는 태화근린공원에서 내려오는 물의 양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수리계산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LH가 그동안 집중호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기존 우수관로와 자연수로를 폐쇄하고 우수관 위치를 변경하고 규격까지 바꿔 수해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미 한차례 큰 피해를 당했음에도 LH는 여전히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집중호우시 임시로 빗물을 가둬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된 혁신도시 내 유곡천과 약사천 임시빗물저류조 시설용량이 현재 10~50년 빈도로 설계돼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 문제에 대해 울산시의회는 물론 중구의회 혁신도시 특위에서도 수차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귀를 닫아버린 LH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저류조 내부 바닥공사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아 비와 함께 토사가 유입되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할 우려도 높은 실정이다.

울산혁신도시의 하자는 한 두건이 아니다. 뜯어 고쳐야 할 것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선행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은 주민 안전과 직결되는 시설물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정부 역시 정책기조의 제일중심에 ‘안전’을 두고 있을 정도다. 국가 공기업인 LH는 이마저도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사고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자연재해라면 더욱 그렇다. 천재지변이 인재(人災)로 둔갑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LH에 호소하고 싶다. 제발 주민 목소리에 한번이라도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김영길 울산 중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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