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발달로 정보의 대중·보편화 시대
대중의 관심 쉽게 얻고 금세 잃어버려
화려한 한 순간을 위한 희생이 서글퍼

▲ 최건 변호사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숙어 중에 ‘15 Minutes of Fame’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를 우리말로 굳이 옮기면 ‘짧은 유명세’ 내지는 ‘찰나의 인기’ 정도가 될 것이다. 어원은 1968년께 현대 시각주의 예술, 팝아트 선구자인 앤디워홀의 전시회 카탈로그에 ‘In the future, everyone will be world-famous for 15 minutes.’(미래에는 모든 사람들이 15분 동안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기재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가 실제로 이 같은 문구를 기재했는지, 왜 기재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 후에도 앤디워홀은 종종 ‘모든 사람들은 유명해지고 싶어하고, 미래에는 여러 채널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이 유명해질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알려진다.

그 동안 이 표현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서 이른바 ‘One-hit wonder’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됐다. 사람들은 소위 한물가거나 조만간 대중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것이 예상되는 아티스트들을 조롱하기 위하여 흔히 ‘그(그녀)는 15분의 유명세를 얻었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십 수 년 전부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등장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쉽게 접하고, 직접 정보를 공급하기도 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접하는 언론 및 유사 매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정보의 대중화, 보편화’ 현상 때문에 일반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쉽게 여러 매체에 노출됐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뉴스 또는 유튜브(Youtube) 등 여러 SNS를 통하여 스타 또는 화제의 인물이 되곤 했다. 화제의 인물들은 불과 수 시간 만에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올라가 많은 사람들의 검색 대상이 되곤 한다. ‘주 단위’로 집계되던 영화·음반차트 역시 음원 발표와 동시에 1위를 차지하고 유명해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즉, 40여 년이 흐른 지금 ‘15 Minutes of Fame’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통용되는 말이 된 것이다.

유명세를 얻는 것이 매우 수월해진 반면 그 유명세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특징도 있다. 쉽게 얻은 대중들의 관심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중들 역시 보다 새롭고 신선한 대상으로 관심을 옮겨가기 때문이다. 실제 수 시간 만 지나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새로운 검색어들이 속속 등장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음원차트 역시 과거에는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상당한 인지도와 상업적인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어느 정도 히트를 하면 대부분 1위를 차지할 뿐 아니라 그 의미 역시 일시적인 화제를 끌었다는 것 정도로 축소됐다.

이처럼 인기나 유명세가 일시적이고 덧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유명세를 얻고 싶어 한다. 앤디워홀의 말처럼 모든 사람들이 유명세를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수는 비록 ‘15분’으로 끝날지라도 속된 말로 ‘뜨기 위해서’ 노력을 경주한다. 대중들의 호기심을 끌고자 사연을 조작하고 부풀리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짧은 유명세를 이용하여 부를 축적하거나, 인기를 얻거나, 심지어는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이러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에서 이 같이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다를 뿐 아니라 이 같은 행태를 옳다, 그르다고 분명히 규정짓는 것은 주제넘은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것을 희생하여 얻은 그 ‘15분 동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이었다면 이는 조금 서글픈 일이 아닐까 싶다.

최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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