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서먹하게 했던 가족간 갈등
개인욕구 증가로 가치관 대립 심화
다양성 존중하는 똘레랑스정신 필요

▲ 김진술 KT&G 서울본사 부장

고향을 찾아 명절을 맞이할 때마다 느끼는 두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는 고향을 찾아 온 가족을 만나는 설렘과 즐거움이고, 다른 한가지는 온 가족이 모여 나눈 대화가 합의보다는 양극단적 주장으로 인해 반가움이 반감하는 경우이다. 이에 프랑스에 중요한 사회가치로 자리 잡은 똘레랑스(Tolerance)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똘레랑스는 영어로 관용의 뜻이지만 프랑스어로는 남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취향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다양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동안 필자는 ‘맞다와 틀리다’ 아니면 ‘좋다와 나쁘다’와 같이 이분법적인 사고 내지 흑백논리의 대결구도로 합의 없는 갈등요소를 많이 접하곤 했다. 이러한 단절된 사고방식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편견으로서 논쟁만 존재할 뿐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사실 세상의 이치는 서로 얽히고설켜 있는 상호 복합적인 구조이므로 최선의 합의를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매년 마치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대기업 노사분쟁과 파업소식을 접하면서 노사간 상생을 위한 타협은 보이지 않고, 일방의 이득을 위해 상호 양극단을 질주하는 치킨게임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그동안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수도로서 태화강의 기적을 이루며 높은 소득을 자랑하던 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조선·자동차·석유화학의 경쟁력이 약화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이에 노사 대결구도의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논리로는 상호 공존과 상생이 어려운 시대이다.

국내거주 외국인 증가에 따른 똘레랑스 정신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에 국내거주 외국인수가 약 200만명을 넘어 우리나라 인구의 3.9%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고 점차 외국인 유입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적 가치만을 주장하던 시대를 지나 다양한 사고와 문화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또다른 사회갈등의 사례로 일방적 금연정책을 지적하고 싶다. 2015년 1월1일 담배세(갑당 총 제세기금 3323원)가 인상되고 흡연장소규제가 강화되면서 흡연자의 설자리는 점차 잃어가고 있다. 반면 올해의 담배세수는 약 13조원으로 예상되고 세금인상전에 비해 5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일변도의 금연정책으로 인해 흡연자의 국가와 지방재정에 대한 기여도는 무시된 채 마치 범죄자로 취급받고 있는 것 같다.

금연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일방적인 금연정책 추진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갈등보다는 흡연권과 혐연권이 서로 공존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분리형 금연정책은 흡연자와 혐연자를 구분하여 보호하고 상호 배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담배세수를 활용하여 다중밀집장소 등에 쾌적한 흡연부스를 설치하거나 길거리 공용재떨이라도 제공하는 것은 흡연자의 재정기여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현대의 디지털 사회는 정보의 홍수와 더불어 개인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사회갈등이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을 치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서는 공적인 토론과 비판적 논의를 통한 합의를 중시하고 인간의 오류가능성에 기초한 다양성을 긍정하는 개방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숫자만으로 등수를 매기는 1등 지상주의를 지양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스포츠정신을 발휘한 선수들에게도 똑같은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처럼 무조건 이기는 것에 길들여진 편향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수용하고 토론, 합의하는 똘레랑스 정신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진술 KT&G 서울본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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