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호 사회문화팀

올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한국영화 2편이 있다. 하나는 ‘부산행’이고, 또 다른 하나는 ‘터널’이다. 부산행은 지난 9월18일 기준 약 1156만명, 부산행보다 늦게 개봉한 터널은 약 711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올해 가장 성공한 한국영화로 꼽히고 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두 영화는 ‘재난’이라는 큰 범주 속에 국가위기와 재난발생 등의 위기 대응에 실패한 무능한 정부를 조롱하고, 미흡한 재난안전 시스템을 꼬집는 등 공통점이 많다. 두 영화의 흥행을 두고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이 겪은 트라우마와 정부에 대한 불신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영화는 허구였지만 영화 속 재난보다 공포스러운 대규모 재난이 점점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12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주에서 규모 5.1과 5.8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앞서 지난 7월 울산 앞바다에서 5.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지 약 두 달여만이었다.

지진 발생 초기 긴급재난문자는 지진 발생 9분 뒤에야 발송되는가 하면 그마저도 일부는 받고 일부는 받지 못해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휴대전화가 불통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됐고,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울산시의 지진 재난방송도 울산지역 50% 이상에서 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예측하지 못하는 속성 때문에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지진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지진 대비 설계 등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지진 발생 후 신속한 복구 대책을 수립하자는 이야기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과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 지진을 경험한 우리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재난 발생 후 믿고 기대야 할 행정당국의 탄탄한 위기대응 전략이다.

슬프게도 우리는 정부 발표만 믿었다가는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것과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학습해왔다. 이번 지진이 더욱 국민들에게 공포로 다가오는 것은 재난 위기 속에 드러난 국가 안전시스템의 무능함을 실제로 체험하고 말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행정당국이 깨닫길 바란다.

김준호 사회문화팀 kjh1007@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