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중고등학생의 학부모가 사교육비로 쓴 돈이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과외비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든다. 특히 과외 경험자의 비율은 1999년 조사때의 62%에서 58%로 줄어들었는데도 이처럼 과외비가 상승한 것은 고액 과외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니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사실 과외는 전면금지라는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진 지난 1980년 이후에도 사라지기는 커녕 오히려 고액화하면서우리 사회에 더욱 깊게 뿌리를 내려왔다. 이민가는사람의 90% 이상이 사교육비 부담을 견디기 어려워 이민을 택한다는 조사결과나 우리 사회의 온갖 부정부패가 모두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에 기인한다는 "과외 망국론"도 과외 금지조치 이후에나왔다. 대학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하는 우리의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일류대학의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가려면 학교교육만으로는 어림 없다는게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에게 과외를 시키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정부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본고사 폐지니 수능등급제니 하는 식으로 대입제도를바꿔 왔으나 수능시험을 만들면 수능과외가 생기고 특기·적성을 강화하면 특기·적성 과외가 생기는 식으로 새로운 대입제도에 맞춰 과외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근본적으로 교육제도가 바뀌지 않고는 망국적인 과외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과외를 뿌리뽑는 길은 결국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다고 본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선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너무 많은데다 학습능력이 서로 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률적으로교육시키다보니 일부 학생은 학교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가 하면 일부 학생은 학교공부로는 부족한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우수한 교원의 교단기피 현상 역시공교육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 교사들 자신도 자기계발에 힘써야겠지만 교원의 사기를 높이고 교사연수 및 재교육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교육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교육재정부터 확보해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교육을 학교에 전가하기 보다는 사회도 함께 떠맡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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