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대병원 산부인과 부인종양팀은 1기 말~2기 말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결과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79%에 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권용순 울산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환자를 수술하는 모습.

한국 여성암 중 가장 많이 발생되는 것이 자궁경부암이다. 자궁의 하부 3분의 1에 해당하는 자궁경부에서 발생한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감염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흡연, 장기이식 등으로 인해 면역 체계가 약해지거나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암병변 상태이거나 1기 초기의 경우에 레이저치료나 냉동치료, 원추절제술 등의 간단한 시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2기 초기 이후의 암으로 진단이 내려지면 자궁과 주변 부속기, 골반부위, 대동맥주위 림프절 등을 전부 제거하는 광범위한 절제술이 필요하다. 0기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거의 100%에 이르고, 1기에는 90%, 2기에는 70%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치료율이 높다. 그러나 3기나 4기인 경우에는 완치율이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에 암을 진단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여성암 중 발병률 최다
3~4기 진행되면 완치율 낮아
수술전 항암치료도 효과 높아

◇항암요법으로 종양크기 줄인 후 수술

자궁경부암을 알리는 첫 증상은 경미한 출혈이다.

권용순 울산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혈이 있기 전에 질 분비물이 있을 수 있는데 주로 담홍색 또는 핏빛을 띤다. 병이 진행될수록 출혈과 질 분비물이 심해지고, 2차 감염이 진행될수록 악취가 난다”면서 “자궁 경부뿐만 아니라 주위 장기에 번지면서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로 통증이 퍼져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까지 통증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암의 크기, 연령, 전신상태, 향후 출산 희망 여부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그런데 최근 1기 말~2기 말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항암화학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 요법은 수술 전에 항암요법을 시행함으로써 종양을 줄이고, 이후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인데 환자의 생존율 또한 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병원 산부인과 부인종양팀은 1기 말~2기 말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 결과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79%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병원 관계자는 “자궁경부암 1기 말~2기 말 환자의 경우 선행항암화학요법 후 자궁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방사선 방광염’ ‘방사선 결장염’ ‘ 질 위축’ 등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으며 방사선치료군, 수술군과 비교해 높거나 유사한 5년 생존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용순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선행항암화학요법 후 수술에 대한 생존율 향상과 관련한 연구가 보고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울산대병원 연구는 자궁경부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의미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암

자궁경부암이 심해질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자궁경부암이 직장으로 침범하면 압박으로 인한 변비, 직장이급후증, 직장출혈이 있으며 국소 임파절로 침범되면 하지 부종, 하부요통, 서혜부 및 하지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방광이나 직장에 누공이 생기면 환자의 고통은 더욱 심해져 요도가 폐쇄되고, 요독증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병이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인유두종 바이러스만 200종에 달한다. 이 중 20~30가지 정도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파악했으니, 해당 백신을 맞아 예방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론적으로는 한 살이라도 어릴때 맞을수록 좋다. 이미 바이러스가 몸 안에 감염이 되면 백신이 항체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성관계를 시작하기 이전 나이에 맞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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