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진화 가능한 산업생태계 구축돼야
지역상생형 동반성장 제가치 낼수 있어
에너지포럼, 에너지도시 도약 계기될 것

▲ 김용진 동서발전 사장

한가위가 지났다. 추석 전 이틀을 휴일로 정해 직원들을 장기간 휴가 보낸 회사도 있었다고 한다. 모처럼의 긴 연휴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었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휴일·명절 가리지 않고 주문을 소화해 내느라 정신없이 일했던 조선업 종사자들에게는 이제는 낯선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비단 그들 뿐 아니라 그간 호황과 함께 성장해온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라 짐작된다.

경기부진으로 많은 사람이 힘들어 하고 있다. 관련 산업분야가 소재한 지역에는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대·중소기업간 협력과 상생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온 동반성장 정책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나가야 할 때다.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등 정부가 추진해온 ‘창조경제 지역전략산업 육성’ 정책과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핵심역량을 활용한 지역경쟁력 강화 전략, 산업구조조정 정책 등의 창조적 융합을 통해 ‘지역상생형 동반성장 전략’의 추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이전 공기업인 한전을 비롯한 전력공기업들의 지역밀착형 발전전략은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전력은 지방이전과 함께 전력·에너지 분야 기업들을 나주 혁신도시에 유치해 에너지분야 실리콘밸리로 육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이 에너지신사업이라는 비즈니스 모델 제시와 함께 맞춤형 인력양성 교육 등 각종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지자체는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지원을 약속했다. 그 결과 133개 기업과 이전협약을 맺었고, 이중 69개사가 용지계약 및 입주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남동발전은 경상남도와 함께 ‘남가람 파워토피아’ 등 지역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지역상생형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동반성장은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지역사회와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토양이며 터전이다. 동반성장은 여기에 거름을 주는 일이다. 기름진 옥토에서 키운 작물이 튼튼하고 건강한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진리다. 공기업 스스로 건강하고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지역상생형 동반성장은 스스로 소통하고 변화·발전하여 살아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산업생태계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어야 지속된다. 과거와 같은 물량위주의 성장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역의 특화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창의와 협업,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역특화형 비즈니스 모델은 새로운 지역성장동력을 창출하여 지속성장을 가능케 한다.

지역사회 주체인 기업과 학계, 연구·지원기관 등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은 필수다. 지역사회의 요구와 자원, 역량, 경제·산업 여건 등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추진방향을 공유하고 원하는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시스템은 항상 중요하다. 지난 8월 울산시와 울산대 등 교육연구기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울산이전 공공기관, 에너지기업이 함께 발족한 ‘울산에너지포럼’은 울산을 ‘에너지 신산업의 트렌드 세터’ ‘에너지산업수도’로 도약시키는 플랫폼이 되리라 기대한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 8월 울산·부산소재 조선기자재 33개사와 발전산업 진출 지원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발대식을 가졌다. 불황으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기자재 중소기업과 발전회사가 협업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보자는 취지다. 앞으로 더욱 많은 중소기업들이 참여해 더 나은 지역상생형 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함께 해야 멀리 간다’는 자세로 중소기업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상생을 통해 울산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도록 하는 작은 밀알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김용진 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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