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지진 속 갈 곳 없는 시민들

▲ 신장열 울주군수, 울주군자원봉사센터 및 이친구사랑나누기 회원들이 24일 두서면 인보리 지진 피해지역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울주군 제공

“안전하게 대피할 곳이 없다.”

지진 앞에서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1, 5.8 지진 이후 2주 가량이 지난 25일 오후 4시 현재 여진은 총 430회 발생하는 등 언제끝날지 모를 지진 공포가 지속되고 있다. 자칫 지진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대규모 지진 또는 방사능 누출 등 최악의 경우 시민들이 안전하게 일정기간 몸을 피할 대피소는 커녕 임시주거시설도 부실해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울산시“내진설계 안된 곳 태반”
지진대피소 따로 지정 안해
사태 장기화·겨울철엔 취약
주거시설로 학교·회관 지정
수 적은데다 안전 장담 못해

◇지진대피소 없어 2차 피해 노출

국민안전처는 지난 21일 지진 관련 해명자료를 통해 “지진 발생시에는 붕괴나 낙하물 등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공원·공터 등 넓은 야외로 대피해야 하는 이유로 별도의 지진대피소는 지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말처럼 울산시는 지진대피소를 따로 지정해두지 않고 있다. 다만 해안가를 중심으로 남구 6곳, 동구 8곳, 북구 15곳, 울주군 14곳 등 43곳(중구 없음)의 지진해일 대피장소가 있을 뿐이다.

대피소가 없는 이유는 지진 발생시 건물 안보다 건물 밖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하면 일단 밖으로 나와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진설계가 돼 있는 곳이 적어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진대피소 같은 건물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진 장기화 및 방사능 누출 등 최악의 경우다. 일반 공원이나 공터, 운동장 등은 지진 초기 신속히 대피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사태 장기화나, 날씨가 추운 겨울철에는 취약점이 있다.

특히나 지진 발생지점과 인접한 경주와 울산, 부산은 원전으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폐장도 위치해 있어 지진으로 방사능이 유출된 상황을 고려할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하다.

또 울산의 경우 978곳에 달하는 위험물 저장소와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이 위치해있고, 지하매설배관도 453㎞에 달해 향후 폭발이나 가스 누출 등의 2차 피해도 우려돼 일정기간 안전하게 대피할 장소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못미더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지진 장기화 또는 대규모 지진으로 발생할 이재민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주거시설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지역 내 이재민수용시설은 272곳이다. 학교가 154곳이고, 나머지는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 소규모시설과 관공서 등이다. 이재민 총 15만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시설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이재민 임시주거시설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가 부족한 것은 둘째치고 안전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지역 학교의 경우 내진설계가 적용된 학교가 163개 학교 216동(36.9%)이고,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곳이 167개 학교 369동(63.1%)이다.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학교가 더 많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재민 수용시설의 경우 각종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임시주거를 목적으로 지정됐다”며 “현재 지진이 날 경우를 대비해 내진설계 현황을 파악중에 있다. (해당 건물들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주째 계속되는 여진으로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이나 낡고 오래된 건물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임시로 수용할 공간마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다, 지정된 곳마저도 내진설계가 제대로 갖춰진 곳이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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