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의료계도 파장

▲ 오는 28일부터 병원 입원이나 진료 순서를 앞당겨 달라고 부탁하면 김영란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사진은 울산대병원 내 진료 대기실 모습.

“울산대학교병원에서는 아는 사람을 통해 진료나 입원 순서를 앞당겨 달라고 부탁하면 김영란법 위반이라고 들었어요. 그러면 다른 종합병원은 어떻게 되나요? 울산대병원엔 부탁하면 안되고, 동강병원에는 되나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을 하루 앞두고 울산지역 의료계가 혼란스럽다. 적용 대상과 범위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견이 분분하다.

민간병원 의사도 교직원일땐 대상
약사법과 중복될때는 처벌 높은쪽

◇적용대상 병원 아니라도 ‘조심 조심’

병원 입원이나 진료 순서를 앞당겨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김영란법으로 처벌받는 부정청탁이라는 사실은 이제 대부분이 알고 있다. 김영란법 대상이 되는 병원은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병원 교직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법에 따른 사립학교의 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을 ‘공직자 등’으로 규정한다. 울산에서는 울산대학교병원이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동강병원, 울산병원, 중앙병원 등 민간이 세운 종합병원은 해당이 안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들 민간 병원은 병원 재단 자체로는 대상이 안되지만 이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만약 사립학교 교직원을 겸하고 있다면 적용대상이 된다.

또 지역 민간병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내부 규정을 만들어 놓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부정청탁 등을 받았을 때 법적으로 처벌받진 않더라도 회사 내에서 징계는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진료나 예약 순서를 변경하는 사항에 대해서 여러차례 교육을 해왔다. 직접적으로 적용이 되는 병원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조심하자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위독한 환자, 진료순서 변경 가능

그런데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환자가 정말 위독한 경우에는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권익위는 “환자가 위독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접수 순서대로 하지 않더라도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으므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독함 등을 가장해 진료·치료 순서의 변경을 요청하는 건 위반이라고 명시했다. 상대방이 위독함을 가장해 부탁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생명과 직결된 부탁인 만큼 거절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울산대병원 관계자는 “청탁의 범위에 대한 해석이 애매한 만큼 환자가 위독함을 호소한다면 응급실을 이용하라고 안내할 예정”이라며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고 법 적용이 모호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편의는 제공하되 법은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법과 중복적용될 우려 있어

의사가 제약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할 경우에도 처벌받게 된다. 그런데 약사법과 중첩될 수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립대학병원 의사의 경우 약사법과 김영란법 모두 적용된다. 이렇게 중복적용될 경우에는 처벌이 높은 쪽으로 한다.

김용주 법무법인 태화 변호사는 “이 경우는 상상적 경합(想像的 競合)으로 죄명 중에 가장 중한 것으로 처벌된다. 법률 조문 여러군데 해당된다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조항 중 처벌 강도가 높은 쪽으로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같은 상황에서 법을 위반했더라도 처벌 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약사법에서는 리베이트 제공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청탁금지법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김 변호사는 “김영란법 조항이 너무 추상적이라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되는 것인지, 아닌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일반 시민에게는 정말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법적용 해당자의 범위가 매우 넓어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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