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크림전쟁 때 영국·프랑스 연합함대가 폭풍우로 큰 피해를 입은 후, 프랑스가 폭풍우의 전조를 연구한 것이 국가적 차원 기상관측의 시작이었다. 기상예보는 대기의 변화를 설명하는 물리학의 유체역학을 이용해 일기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들의 관계가 수식으로 표현됨으로써 가능해졌다. 그런데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이 요소들의 변화를 기술해야 하므로 움직임을 서술하는 미학 ‘미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래서 여러 개의 미분이 들어간 미분방정식이 기상예측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니, 참 어디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수학이다.

지진의 예지에는 장기·단기예지가 있다. 장기예지는 단층의 움직임 등을 예측해 몇 년 이내, 강도 몇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예지하는 것이고, 단기예지는 일기예보처럼 수 시간 또는 수일 내에 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보하는 것인데 아직은 불가능하다. 지진의 단기예측이 불가능한 이유는 지진의 발생에 대해서 수학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 법칙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진학자들이 지진파열의 시작과 지각이 찢기는 양상을 모델링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속도-상태 변수 마찰법칙’은 지진의 단기예지에는 적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관측소에서 수집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지진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하는데 이것도 고도의 수학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일기예보에는 유체역학의 대표적 방정식인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이 쓰이는데, 이것은 수학에서도 가장 난해한 문제 중 하나인 밀레니엄 문제다. 또 컴퓨터를 이용해 미분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이것이 엄청나게 큰 방정식이어서 쉽사리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오보를 접한다. 그러나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이 완전히 해결되고, 엄청난 성능의 슈퍼 컴퓨터가 있으면 기상예보가 완전해질 수 있을까.

어떤 지진은 지진 전에 많은 징조가 있었고, 또 어떤 때는 별 다른 징조 없이 대지진이 오기도 했다. 대기 변화를 표현하는 ‘나비어-스톡스 방정식’처럼 지진 발생을 표현하는 수학 방정식이 나오고, 컴퓨터 발달로 어느 정도의 지진 예지가 가능한 때가 올 수 있고, 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한편 사람의 한계를 생각하는 것이 명철함일 수 있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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