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政經癒着)에 대한 일반적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예부터 정치와 경제가 가까워지면 부정과 부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경유착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의회와 울산상공회의소가 새로운 정경유착의 모델을 내놓겠다는 선언을 했다. 울산의 대표적 정치단체와 경제단체가 상시 정보를 교류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사업을 발굴하고 협력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27일 체결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정경유착을 선포한만큼 울산지역의 경제발전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정치계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굳이 이들이 업무협약을 맺을 이유는 없다.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기능을 가진 시의회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의회가 상공회의소와 협약을 맺는다면 반드시 도덕적 청렴성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가져야 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정치자금 등의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 없이 순수하게 현안에 대한 전문성 보강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공회의소 역시 그 목적이 순수해야 한다. 기업인 개개인의 이익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방적으로 기업인들에게 유리한 제도나 활동을 요구하는 등으로 시의회를 활용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지역경제 현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해법 모색에 함께 나서는 등 순수하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적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들 두 단체가 이번 협약을 통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지역중소기업의 육성이다. 울산은 우리나라 대표적 산업도시이면서도 중화학산업의 대기업 생산공장 위주로 발전한 도시이므로 향토기업의 성장이 미미하다. 최근 몇년 사이에는 향토 중견기업들이 상당수 사라지기도 했다.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성장을 돕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이들 두 단체의 협약이 향토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지렛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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