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우왕좌왕하는 국가 보고 통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 이는데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는 누가 세울까

▲ 성종형 GoldenWay Group CEO

원(願)이 있기에 이루지 못한 한(恨)이 있고, 원한(怨恨)이 되면 구천을 떠도는 불귀의 객이 되기도 한다는데 저승뿐만 아니라 이승의 삶도 유사한 것 같다. ‘두려움 앞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승리 앞에서 겸손할 줄 아는 그러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깨끗한 마음과 높은 목표로서 스스로를 다스리게 하소서. 그리고 참으로 위대한 것은 소박함에 있다는 것과 참된 힘은 너그러움에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도록 해주소서.’ 26년 전, 아들 탄생에 즈음하여 아들이 장차 이런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원(願)의 글이다. 세월 흐른 지금 아들의 입장에서는 꽤 고루하고 보수적인 사람으로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수많은 재난과 참사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하는 현실들로 인해 세상이, 국민의 마음이 어수선하다. 경주 지진 발생 때도 우왕좌왕하는 국가의 모습에 국민의 안전은 어디에서 구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국가 중대 재난 발생에도 이러한데 하물며 교육, 문화, 안보, 경제를 포함한 국가 백년대계의 컨트롤타워는 존재하고 작동되는지, 10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의 국가로 남을지 걱정이다.

크고 작은 일들이 연발하고 우리의 의식구조는 현재와 과거에 매몰되어 미래에 대한 어떤 준비도 못하는 사이, 선진국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으로 달려가고 있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수십억 인구가 모바일로 연결되어 유례없는 지식 접근성으로 발생하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 주행차, 3D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드론 등 ‘과학기술과 디지털의 결합’으로 자고 일어날 때마다 창조적(혹은 파괴적) 기술혁신이 일어나 인류의 삶의 양태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이 혁명적 상황,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했다. 가공할 파괴력으로 기존의 산업과 경제, 기업과 국가, 통상의 관념과 질서와 방법론을 초토화 시키며 새로운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기업인 우버는 소유한 자동차가 없고,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고, 소매업체의 대표주자가 된 알리바바는 물품목록이 없고, 숙박 제공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이 세계경제의 중심에 우뚝 서있다. 한국은 기업과 정부, 대부분의 국민들이 부동산에 올인하면서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한국의 효자 간판산업이었던 조선과 해운이 초토화되고 있는 이 절박한 시기에도 우리는 내부문제, 진영 논리로 에너지를 탕진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냉정히 되돌아 볼 일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기존산업은 한번은 망해도 재기의 기회가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한번 실수는 재기의 발판을 영원히 상실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세계 석학들은 4차 산업혁명의 회오리로 개방·통상을 기본 패러다임으로 삼은 세계화시대가 끝나고 자국 이기주의,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국제 분업이 사라지고 무역량은 줄고 인건비 싼 나라로 진출했던 선진국의 제조업에서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발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려 세계질서가 급변하는 작금의 상황은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지만, 준비 없는 자에게는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존 산업혁명의 과실 나눠먹기에 급급했던 우리들의 소탐대실의 원(願)이 후손들에게 한(恨)과 원한(怨恨)이 되지 않기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누군가 나서주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성종형 GoldenWay Group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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