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끝)지진대비도 DIY(스스로 해결)시대

▲ 울산대공원 내 교통안전공원에서 열린 안전체험 행사에 참가한 한 가족이 지진체험을 하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9·12 지진’ 발생 후 대한민국은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꾀함)의 길을 걷고 있다. 재난대비도 ‘DIY(Do It Yourself·스스로 해결하라는 뜻) 시대’가 된 것이다.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의 먹통, 정부 긴급재난문자의 뒤늦은 전송, 양산단층 등 조사결과 은폐 의혹 등 재난 앞에서의 정부의 미숙한 대응체계에 국민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이번 기회에 사회에 만연했던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고 ‘내 목숨은 내가 지킨다’는 경각심을 높이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미숙한 대응에 불신 고조
기상청·안전처 문자보다 빠른
지진 알림 프로그램 탄생·확산
가족 역할분담·대피요령 익혀

◇지진대피요령 숙지는 기본이 돼야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에는 지진 등 재난발생 시 대피요령이 게시돼 있다. 당연한 이야기들의 나열로 보이지만 실제로 지진을 겪어보면 당황해하며 아무런 대응도 못하는 시민들이 태반이다. 대피요령만 익혀 실제상황에서 활용한다면 ‘나와 내 가족은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진대피요령은 크게 지진이 오기 전과 왔을 때, 그리고 지진이 끝난 뒤로 나뉜다.

지진이 오기 전에 할 일은 비상상황을 염두에 두고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미리 결정해 두는 것이다.

사전에 집과 가까운 공터와 공원, 학교 운동장 등을 알아두고 통신이 두절되면 해당 지점에서 만날 수 있도록 가족과 약속을 해두는 것이 좋다.

▲ 울산의 한 시민이 꾸린 지진 비상배낭. 물, 손전등, 침낭, 겉옷, 비상식량, 속옷, 매뉴얼 등이 있다.

3~4인 가족일 경우 재난발생시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방법이다. 엄마는 비상식량과 옷가지, 아빠는 간단한 공구(장비)와 응급처치법을, 자녀가 비상약품과 통신 등을 맡는 식이다.

이밖에 미리 가스레인지 등 불을 사용하는 시설 주변에 휴대용 소화장치를 두는 것이 좋고,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미리 대피로 등을 살펴 적치된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지진이 왔을 때는 기본적으로 실내에 있을 경우 가스 밸브 등을 잠근 상태에서 식탁 등 몸을 숨길 수 있는 곳 밑에 들어가 머리를 보호하며 진동이 멈추길 기다려야 한다. 출입구 문을 열어 출구를 미리 확보한 뒤 지진이 멈춘 후에 여진에 대비해 집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현재 위치가 밖이라면 손이나 가방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낙하물을 조심하면서 넓은 공터 등으로 대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건물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섣불리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전문가나 관계기관의 확인 후 들어가야 한다.

◇시민 스스로 생존법도 눈길

기본적인 안전매뉴얼에 더해 시민 스스로 안전을 도모하고자 개발한 독특한 생존법도 눈길을 끈다.

먼저 일명 생존배낭 꾸리기는 이번 지진 발생 후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방법이다.

일본의 지진 대처 안내책자인 ‘도쿄 방재’를 참고해 비상식량 통조림과 손전등, 속옷, 침낭, 겉옷, 휴지, 물, 비상금 등을 미리 가방에 담아놓는 것이다. 여기에 향후 통신을 위한 보조배터리와 재난방송 청취를 위한 미니라디오, 어딘가 갇혔을 시 사용할 호루라기 등을 추가로 담는 방법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피난 상황 발생 시, 보통 걸어야 하기 때문에 소지품은 최소한으로 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일명 ‘지진희 알림’이라는 지진 발생을 신속히 알려주는 프로그램도 탄생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탤런트 지진희를 풍자해 “지진희 일어났다” “지진희씨 앉으세요”란 식의 유머 있는 글들이 올라왔는데, 이것을 본 한 개발자가 해당 게시판에 분당 20개 이상의 지진 관련 글이 올라오면 지진상황이라고 판단하고 텔레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진 알람이 울리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오전 11시53분 경주에서 규모 3.5의 여진이 발생했을 당시 지진희 알림 이용자들은 불과 1분 만에 지진 소식을 문자로 받았다. 반대로 기상청 트윗은 3분이 걸렸고, 국민안전처 재난문자는 8분이 걸렸다.

통신두절에 대비해 SNS를 통한 연락 방법 등을 사전에 공유하는 것도 지진 발생 후 확산되는 각자도생의 한 방법이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