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빈 그릇운동과 발우공양

호텔에서 결혼식이 이어지는 계절이다. 예식장은 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좋은 날 많은 고객들이 호텔을 찾아 식사를 하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식사 자리가 부족해 빈자리라도 생기면 직원들이 얼굴이 벌겋게 될 정도로 바쁘게 치운다. 고객들의 인내심을 맞추지 못해 꾸지람을 들으며 치우기도 한다. 하지만 테이블마다 먹다 남은 음식물과 음료가 가득해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행사에서 남는 음식을 버리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버리는 음식이 진수성찬일진대 매일같이 남은 음식을 버리는 나는 천당에 가기는 애당초 꿈같은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버리는 것도 이제 익숙해졌다. 정부에서도 남은 음식 재활용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면서 더 많은 음식들이 버려지고 있다. 자원 재활용의 측면이나 악취 등 환경적인 면을 고려해 사찰음식인 발우공양(鉢盂供養)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가을, 결혼식 이어지는 계절
예식장마다 많은 음식물 버려져
양이 알맞은 그릇이란 뜻의 발우
절에선 음식쓰레기를 남기지 않아
버려지는 음식들로 멍드는 지구
발우공양의 의미 다시 한번 생각을

전통사찰에서 제공하는 템플스테이는 2001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종의 사찰체험 관광프로그램이다. 단순히 하루 혹은 이틀정도 사찰에 머무르면서 산사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시작되어 발우공양, 예불, 참선, 산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발우는 ‘양이 알맞은 그릇’이라는 뜻으로, 귀하게 만들어진 음식을 감사히 여기고 버리는 음식이 없도록 자신의 양만큼 덜어먹도록 하는 정신적인 식사법이다. 밥그릇, 국그릇, 찬그릇, 물그릇이 같은 모양에 지름만 달라 차례로 포개면 하나가 된다.

발우공양의 백미는 무엇일까. 식사를 마치면 물을 붓고 남겨둔 백김치 조각을 젓가락으로 집어 밥그릇부터 닦기 시작한다. 네 개의 그릇을 차례로 씻은 후 백김치를 먹어서 흔적을 없애고 남은 물은 한 곳에 거둔다. 이 물을 ‘천수’라 부르고 이 물에 밥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 절에서는 천수를 땅에 흘려보내면서 음식 쓰레기는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사찰 식사인 발우공양은 환경을 아름답게 하는 ‘청정’, 상차림을 간소하게 하는 ‘소박’, 베푸는 기쁨의 ‘나눔’, 적당한 양으로 건강하게 하는 ‘웰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들은 먹고 싶거나 사고 싶거나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면서 욕심이 생겨난다. 그 욕심은 탐내는 ‘마음의 결핍’에서 온다고 한다.

돈이 많으면 그 돈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살아가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대로 돈이 없으면 그 돈을 좇아 살기에 하루하루를 허덕이고 살아간다. 욕심 중에서 가장 단시간에 손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먹는 것’이다. 마음의 결핍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과식과 폭식이 나쁜 줄 알면서 하고 있다. 돈이 많고 명예를 얻었더라도 마음의 결핍이 생기면 옷의 실밥이 풀리듯 마음 속 여기저기가 툭툭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지금도 우리 가정의 냉장고에는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는 바람에 버려야 하는 음식들이 많을 것이다. 버려지는 음식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멍들고 자원 낭비로 인해 빠듯한 살림살이가 더 쪼그라들 수가 있다. ‘청정, 소박, 나눔, 웰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오늘의 별미 메뉴-된장 전복죽

◇재료: 쌀 2분의 1컵, 전복 2마리, 다시마 육수 200㎖, 된장 2큰술, 당근 80g, 실파 4뿌리, 참기름 1큰술, 소금, 후추.

◇만드는 법 :

● 쌀은 씻어서 1시간 정도 불린 다음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 전복은 몸통과 내장을 분리한 다음 내장은 곱게 다지고 전복은 채 썰어 둔다.

●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채 썬 전복을 넣고 약한 불에서 볶는다.

● 전복이 살짝 익어 팬에 붙으면 쌀을 넣고 볶다가 당근, 내장과 된장을 넣고 볶는다.

● 육수를 조금씩 부어 가며 15분 정도 약한 불에서 익힌다.

● 바닥에 쌀이 눋지 않게 주걱으로 저어주며 마지막으로 소금 후추로 양념한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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