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정책이 역효과”…美셰일업계 고사 노렸지만 사우디도 상처투성이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며 고수해 온 산유량 감산 불가 입장을 접고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했다. 글로벌 시장은 세계 전체 산유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이 생산량을 줄인다는 소식에 환호했지만, 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입맛은 쓸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며 고수해 온 산유량 감산 불가 입장을 접고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했다.

글로벌 시장은 세계 전체 산유량의 40%를 차지하는 OPEC이 생산량을 줄인다는 소식에 환호했지만, OPEC 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입맛은 쓸 것으로 보인다.

이번 OPEC 감산 합의는 사우디가 2014년 11월 사우디가 원유시장 점유율을 지키자며 내세웠던 감산 불가 정책이 역효과를 낳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블룸버그 통신, CNBC 방송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석유 시장에 대한 사우디의 판단착오로 내년도 원유시장의 공급과잉과 사우디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른 소요,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의 사우디 소송 가능성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유량 경쟁 속에 저유가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진 것은 사우디 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2년 사이에 20% 감소했고 현재는 장관의 임금을 20%씩 삭감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론적으로는 OPEC의 감산거부 이후 미국 셰일업체들이 나가떨어지면 유가가 다시 올라야 했지만, 현재도 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에 묶여있다.

포브스는 이를 두고 “OPEC의 수조 달러짜리 계산 실수”라고 표현했다.

사우디는 2년 전 잘못 내린 결정의 대가를 톡톡히 치를 전망이다.

에너지 투자 헤지펀드인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사우디가 이번 감산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떠맡게 될 것이며 이란에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OPEC은 현재 하루 평균 3천324만 배럴인 생산량을 3천250만 배럴로 줄이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가별 감산량은 11월 정례회의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유가만 오른다면 나머지 회원국이 모두 산유량을 동결하고 사우디가 혼자 감산에 나서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사우디가 하루 평균 50만 배럴을 감산하더라도 유가가 현행 배럴당 45달러 수준에서 50달러로 오르면 사우디의 세입이 4∼5% 늘어난다고 바클레이스는 추산했다.

문제는 OPEC의 감산 합의만으로는 유가의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유가가 오르면 OPEC 비(非)회원국인 러시아, 캐나다 등과 미국 셰일업계가 증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은 OPEC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6% 가까이 뛰면서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근접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3분(한국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1월물 가격은 배럴당 47.40달러,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48.9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에스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하스 선임 투자 연구원은 “현재로써는 유가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배럴당 50달러를 넘기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다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은행도 “유가가 50∼60달러 혹은 그 이상으로 오르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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