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의 개봉 첫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개봉 당일 관객 47만6천527명을 동원해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최다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지요. 

‘아수라’는 불법과 범죄가 판치는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과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등이 거침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김성수 감독은 원래 이 영화에 ‘반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제작사 대표가 “누아르 영화인데 뭘 반성하느냐”며 차라리 ‘지옥’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답니다.  김 감독은 “황정민 씨가 시나리오 대본을 다 읽고 난 뒤 내뱉은 “완전 아사리판이네!” 말에서 힌트를 얻어 결국 ’아수라‘로 제목을 정했다고 합니다.

영화 제목은 개봉 직전까지 감독을 비롯해 제작사, 배급사 관계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나온다고 합니다.

‘밤의 열기 속으로’가 ‘추격자’(2008)로 변하고, ‘판문점’이 ‘공동경비구역 JSA’(2000)로, ‘날 보러 와요’가 ‘살인의 추억’(2003)으로 변모한 건 조금이라도 관객의 관심을 끌어 흥행시키기 위한 고심의 흔적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다.

영화 ‘비밀은 없다’는 원래 ‘불량소녀’에서 ‘행복이 가득한 집’을 거쳐 최종 확정된 제목이라고 합니다.   
영화 제목은 흥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작자나 감독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짓는다. 개봉 직전에 제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개봉한 ‘범죄의 여왕’(이요섭 감독)의 원래 제목은 ‘원수’였는데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별명이 ‘범죄의 여왕’인 걸 우연히 알게 돼 이를 차용했다는 후문입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재한 감독)은 ‘엑스레이 작전’이라는 제목으로 내걸릴 뻔했으나, ‘전쟁 영화가 아니라 병원 이미지가 난다’는 지적에 상륙작전이 진행된 당일인 ‘9.15’를 후보로 홀렸다가,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결국 가장 익숙한 ‘인천상륙작전’으로 낙점했다고 전해집니다.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이 원작인 영화 ‘럭키’(이계벽 감독)는 처음에 ‘키 오브 라이프’로 붙였였다가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관객들이 제안해 ‘럭키’로 바뀐 경우 입니다.
‘럭키’의 영어 제목은 ‘Lucky’가 아니라 ‘Luck, Key’라고 하네요다. 열쇠 때문에 행운을 얻게 된 점을 표현하려 했다고 합니다.

손예진 주연의 ‘비밀은 없다’(이경미 감독)는 ‘불량소녀’에서 ‘행복이 가득한 집’으로 바뀌었다가 최종 제목은 ‘비밀은 없다’로 낙찰됐습니다. 김혜수, 마동석 주연의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도 처음에 ‘가족계획’에서 개봉을 앞두고 ‘밝고 유쾌한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살리려 지금제목으로 탄생한 사례입니다. 

한국 영화계는 지금도 흥행대박을 기대하며 좋은 시나리오에 최고의 제목을 만들이 위한 제목전쟁이 한창입니다. 구성·디자인 양다빈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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