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지진 트라우마와 건강 프로그램

우리 국민들은 지난달 추석 연휴를 전후해 두 차례의 강진(强震)을 경험했다. 이를 계기로 경주 시민들이 응급용 키트를 직접 만들어 소지하거나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서 ‘48시간 생존가방’을 주문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가방에는 물과 비상식량, 손전등, 침낭, 각종 비상약품, 로프 등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존을 돕는 물품이 들어있다고 한다.

▲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정부의 말만 믿고 마냥 기다리다가 언제 어떤 재난이 닥칠지 모를 불안감에서 나온 자구책이 아닐수 없다. ‘내 살길은 내가 찾자’ ‘내 생명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은 이번 지진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추석 연휴 전후로 두차례 강진
아내, 지진 트라우마로 고통받아
지난 연휴 경주 호텔 해약률 65%
지진 여파 유령도시 될까 걱정
‘내몸은 스스로 지킬수 있다’는
믿음 갖고 난국 헤쳐나가야

그런 현상은 필자의 집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규모 5.1과 5.8 지진을 겪으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내는 저녁 7시만 되면 귀중품을 챙겨 무조건 밖으로 나온다. 바깥으로 나와봤자 딱히 대책도 없지만 그냥 집안에 있기에는 불안하다는 것이다. 밖으로 나오면 그나마 안심이 되는, 저녁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평소 추석 명절이면 뭉그적거리던 사람이 이번에는 경주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면서 빨리 오라는 독촉 전화를 했다.

경주 지진 당시 회사 간부들과 명절을 앞두고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갑자가 ‘쿵’ 하는 소리에 후식으로 나온 과일을 먹지도 못하고 뛰쳐 나왔다. 술을 마셔 집에 갈 처지가 되지 못해 숙소에 왔는데 2차로 더 큰 울림이 느껴졌다. 혹시나 해서 집에 전화를 걸어도 불통이고 문자도 되지 않았다. 통신수단이 막혀 버리니 방법이 없어 안절부절하고 있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통화가 됐다. 집안은 발칵 뒤집혔고 아내는 그런 상황에서도 같이 있어 주지 못해 못내 아쉬운 티를 냈다.

나중에 많은 여진이 있을 때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가지를 못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저녁 7시가 되면 가방을 들고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와중에 뉴스마다 지진에 대한 다른 해석을 하는 소식을 접하면서 아내는 더 불안해 했다. 아래 위층에서 ‘쿵’ 하는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바람소리에 방충망이 덜컹거리는 소리에도 겁을 먹는 등 조그만 소리에도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빨리 집을 팔아 다른 도시로 떠나자고 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작 나는 불을 다루는 직업이라 그저 담담하니 더 약이 오르는 모양이다.

개천절 연휴가 낀 지난 3일까지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7개 특급호텔을 비롯한 대형 숙박업소 객실 해약률이 65%로 조사됐다. 경주시가 조사한 이 결과를 보면 호텔 종사자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 뉴스에서 본 지진 소식이 정말일까 싶어 경주 집에 가서 유령도시처럼 보이는 장면을 직접 실감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가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혀질 것이다. 지나친 근심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정신을 갖고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가는 지혜도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다.
 

 

● 오늘의 별미 메뉴 - 깍두기 쳐트니를 곁들인 모자렐라 치즈 불고기 덮밥

◇재료: 불고기용 소고기 200g, 대파 2분의1개, 양파 50g, 표고버섯 2개, 밥 1공기, 모자렐라 치즈 100g, 대파 채 100g, 식용유 1큰술.

◇불고기 양념: 간장 4스푼, 굴소스 1스푼, 참기름 1스푼, 다진마늘 1스푼, 맛술 1스푼, 설탕 50g, 다진 대파 50g, 올리고당 50g, 매실청 30g, 배 2분의1개, 다시마 육수 50㎖.

◇깍두기 쳐트니: 양파 30g, 다진 마늘 20g, 깍두기 100g, 올리고당 1스푼

◇만드는 법 :
● 소고기는 불고기용으로 준비해 둔다.
● 양파, 배, 육수, 간장, 굴소스를 넣고 곱게 갈아 불고기와 함께 나머지 재료를 넣고 양념한다.
●깍두기는 곱게 다진 다음 양파, 마늘을 넣고 볶아 둔다.
● 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고기를 볶은 다음 그릇에 밥을 깔고 불고기를 올리고 그 위에 깍두기 쳐트니를 올리고 치즈를 올린 다음 오븐에서 3~4분 정도 피자가 녹을 정도로 익히거나 토치로 윗 부분을 색깔을 낸다.

이창우 호텔현대울산 총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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