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소통하는 아이 됐으면…
한달에 한번 학부모 독서모임

▲ 고은실 구영유치원 늘해랑반 고요셉 어머니

어렸을 때 에드워드 리튼의 소설, <폼페이 최후의 날>을 우연히 읽었다. 12세 당시의 수준에서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자연의 대재앙 앞에 연약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가슴 아픈 이야기들, 20대 중반 폼페이에 실제 갔을 때는 말로 표현 못할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이렇듯 독서는 동서고금 타인과 타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어 큰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평소 책 읽기를 즐기지만 직장생활과 양육을 동시에 하는 엄마로서는 힘든 게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학부모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권의 책을 읽고 모여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유치원 독서토론회는 ‘다독다독’이란 이름으로 지난해 결성돼 평소 독서를 즐겨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려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학부모들이 현재까지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아이들은 독서를 통해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꿈꾸며, 자발적으로 읽는 행위로 자기주도형 학습에 동기를 부여하므로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바른 독서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 퇴근 후 힘들지만 선바위 도서관을 방문해 함께 책을 고르고 매일 자기 전에 책을 읽어준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책을 가까이 하고, 충만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고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독다독’ 모임에서는 평소 고정관념이 있어 읽지 않았던 책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며 책 속의 새로운 면을 발견 한 점이 참 좋았다. 책 속의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적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가정의 일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고민들을 나누고 책 속의 주제로 찬반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익숙하지 않은 토론문화를 접해 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특히 9월은 강남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는 독서토론 릴레이의 바통을 받아 공지영 작가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란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했는데 책 한권의 힘이 이렇게 많은 감동과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지 새삼 실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사상을 가진 타인에게도 늘 배울게 있구나를 다시 한 번 느꼈으며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듯 독서는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타인들에 대한 똘레랑스, 관용과 부드러운 태도를 가지게 도와주는 것 같다.

처음에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독다독 독서토론회’가 ‘힐링타임’ 그 자체가 되고 있다. 그리고 독서토론회가 끝나고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를 잠깐 보는 것은 보너스다.

올해가 훌쩍 지나 모임이 몇 번 안 남아서 너무나 아쉽다. 아이가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그곳에도 독서 모임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마음의 휴식을 가지니 아이들을 대하는 엄마로서의 자세도 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고, 직장과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여유로움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독서모임을 우리 유치원에서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전체 유·초·중학교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널리 확대하면 좋겠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난무하는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아닐까? 더 많은 부모님들이 책을 읽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편견 없이 타인과 진실한 소통을 하는 아이로 자라기 위해서 책 읽는 가정문화를 자발적으로 만든다면 아름답고 밝은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사회는 저절로 이루어 질것이라고 본다.

고은실 구영유치원 늘해랑반 고요셉 어머니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