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내부 위험요인도 없애야
지진발생시 대처요령 숙지

▲ 강희수 울산시 남부소방서장

지진은 지하 지반의 어긋남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바다의 판(플레이트)이 육지의 판 쪽으로 연간 수㎝씩 움직이면서 육지판이 끌려가는 것이 견딜 수 없게 돼 어긋나면서 발생하는 것이 판 경계의 지진이다.

한반도는 판 경계면에서 떨어져 있고,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규모가 약한 지진이 주로 발생했었다. 그래서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월에만 3차례의 지진(경주 5.0, 5.8, 4.5)으로 국민들의 관심사는 온통 지진이다. 지진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전조현상으로 물고기 떼 출몰, 쥐와 새, 곤충 등의 대규모 이동, 지하수의 높이 변화를 이야기하곤 한다. 이러한 사례들도 지진발생 후에 ‘카더라’ 정도로 언급될 뿐 사실상 정확한 예측은 아니고, 또 불가능한 상태다. 얼마 전 “태화강의 숭어떼가 일렬로 줄을 지어간 것이 지진전조현상이 아니냐”는 언론기사를 본 적 있다. 이같은 전조현상을 파악해 피해를 줄인 사례는 1975년 중국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하이청 대지진이다. 동물들의 이상행동 정보를 수집해 신속한 지진경보로 미리 주민을 대피시켜 사망자 없이 대처했다. 하지만 1년 후 당산 대지진에서는 예보를 하지 못했고, 사망자가 24만명이나 됐다.

지진 대비가 철저한 일본조차도 동일본 대지진에서 사망자 2만명, 건축물 파손 및 붕괴는 40만 가구, 후쿠시마 원전 폭발 등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지진에 대한 기록은 서기 2년 고구려 유리왕 21년에 처음 등장한다. 삼국사기 등 역사 문헌에는 지진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신라본기> 혜공왕 15년(779)에는 ‘경주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 가옥이 무너지고, 죽은 이가 100여명이나 됐다’고 적혀 있다. 특히 역사적으로 진도가 가장 컸던 지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 인근에서 발생했다. <인조실록>을 보면 ‘서울에 지진이 있었다. 경상도의 대구, 안동, 김해, 영덕 등 고을에도 지진이 있어 연대(烟臺)와 성첩(城堞)이 많이 무너졌다. 울산부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역사적인 기록 외에도 크고 작은 지진들이 울산에서 계속 발생해 왔다. 지난 7월5일에는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울산이기에 지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월성과 고리에 원전 10호기가 운전중인 만큼 지역에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손을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역량과 지혜를 모아 지진발생을 가정해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

지진대피방법은 인터넷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지진발생 순간에 적절한 판단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가족 또는 지인들과 지진대처법에 대한 토론과 정보공유,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지진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려고 한다면 첫째 나부터 알아야 한다. 언제든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우리집이 내진설계가 돼 있는지, 안전한 대피장소의 위치 정도는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둘째, 주민 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미리 주민상호 간 어디로 대피하고, 물과 식료품 등은 누가 챙길지, 대피방송은 누가 할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셋째, 지진 부상자의 30~50%는 가구·집기류의 전도로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가정과 직장에서 가구·집기류에 의한 위험요인을 차단해야 한다. 머리맡이나 높은 곳에 물건을 두지 말고, 문이나 피난경로를 막지 않도록 가구를 배치하자. 천장의 조명등은 체인이나 와이어로 고정시켜놓고, 유리창에는 깨짐방지 필름을 붙이자. 대피할 때는 화재 등의 2차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스밸브와 전기를 차단하자.

사소한 것에서부터 관심을 갖고 준비한다면 피해를 보다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강희수 울산시 남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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