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여전히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는 것과는 달리 각종 경제 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경기침체의 장기화 조짐 속에 환율이 급등하고 물가가 치솟기 시작한 최근의 상황은 정부에 대해 신속한 정책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따라 여기 저기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는 경기부양이 여전히 긴요하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물가의 경우, 걱정은 해야겠지만 당장 호들갑을 떨 정도로 시급한 현안은 아니라는 인식인 듯하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 시점에서 물가 관리 보다는 경기부양책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이런 주장들은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불경기 속에 물가까지 급등할 경우 많은 서민들의 가계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월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에 비해 0.6% 오른 데 대해, 정부는 대학 등록금 인상등 계절적 요인과 광우병, 구제역 파동에 따른 대체육의 수요 증가 등 일시적인 현상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환율상승 추이와 함께 감세, 추경예산 편성 등 추가로 시행될 경기부양책, 그리고 공공요금 인상 등의 여건 등은 정부의 물가에 대한 "자신감"을 미덥지 않게 하는 요인들이다. 환율의 경우도 우리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일본의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것이어서 물가안정의 전제로 삼을 수는 없다.  결국 이 시점에서 물가는 "아직 괜찮은" 상태가 아니라 경기부양책과 함께 놓고 정부가 고민해야 할 대상이며, 정책의 선택에서 물가안정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 위기나 공적자금 낭비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짊어져야할 부담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불만이나 사회 불안 요인 등은 정부로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판에 물가까지 치솟을 경우 경제정책의 기본이 흔들리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난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3%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점이 경제를 버티게 해주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됐던 사례를 되새겨 볼 만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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