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나오나” 매수자 일제히 관망…개포·잠실 등 1천만∼4천만원 하락
싼 매물 늘어도 거래 ‘뚝’, 매수 철회도 줄이어…당분간 약세장 갈 듯

정부가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과열 현상이 심화하는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의 주택 수요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적인 과열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싸늘하게 반응하고 있다.

앞서 8·25 가계부채대책 이후 정부 의도와 달리 오히려 집값이 급등하며 ‘거꾸로’ 가던 시장 분위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올해 집값이 급등한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는 매수 문의와 거래가 뚝 끊긴 가운데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추석 전까지 다락같이 올랐던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의 경우 추석 이후 거래가 감소하고 호가도 약보합세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 16일 정부의 강남권 규제 검토 방침이 전해지면서 매수 문의가 실종됐다.

가격도 금주 들어 500만∼1천만원씩 추가로 하락했다.

개포 주공1단지 42㎡의 경우 지난주까지 저가 매물이 10억4천만원 선에 나왔으나 금주 들어 500만∼1천만원 싼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8일 2건의 계약이 예정돼 있었는데 매수 예정자들이 약속 시간을 깨고 계약을 포기했다”며 “급매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싼 물건들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매수자들은 일제히 관망하고 일부 매도자들은 가격이 떨어질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며 “당분간 약세장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 주공5단지도 호가가 급락하며 급매물이 등장했다.

이 아파트 112㎡는 지난주까지 시세가 15억4천만∼15억6천만원 선이었는데 금주 들어 4천만원 이상 낮춘 15억원부터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반적으로 3천만∼4천만원 이상 호가가 떨어진 상태에서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지난달까지만 해도 매물이 없어 못 팔 정도였는데 지금은 싼 매물이 나왔는데도 사겠다고 나서는 매수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잠실 주공5단지 정비계획안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통과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만 일단은 당분간 약세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가격이 크게 오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단지도 매수 문의가 뚝 끊기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규제 검토 사실이 알려진 뒤 매수 대기자 2명이 전화해 정부의 규제가 나올지도 모르니 당분간은 지켜보겠다고 매수 의사를 철회했다”며 “당분간은 거래가 끊긴 상태에서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매수자들도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재건축 단지들도 매수 문의가 줄면서 움츠러들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잠원동의 G공인 대표는 “잠원동 일대는 단기간에 워낙 가격이 많이 올랐고 최근에는 매물도 많지 않았는데 금주 들어 매수 문의도 없고 조용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 매수자들의 관망장세가 이어지고 가격도 일부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단기간에 다락같이 올라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시점에 정부 대책이 언급되면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 된 셈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어떤 규제책을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일단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당분간 가격도 상승세를 멈추고 거래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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