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수능 한 달 전 식단 관리

 

꿈쩍도 하지 않는다. 힘겹게 눈을 한번 부릅뜨고는 나른한 봄날 오후 같이 눈꺼풀이 다시 내려앉는다. 아이의 몸은 물 먹은 솜 마냥 축축 늘어진다. 식욕과 잠, 어느 쪽이 더 강할까. 식욕이 인간의 가장 큰 본능이라지만 내려 덮이는 눈꺼풀 앞에서는 그 위용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하다. 잠시 망설인다. 깨워서 아침밥을 먹여야 할까? 그냥 조금 더 재워 학교에 보내야 할까?

이제 수능이 한 달 채 남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어렵거나 힘들거나 둘 중에 하나만 했으면 좋겠는데 둘 다 해당되는 듯하다. 잠에 몰두해 있는 아이를 보니 영국 배우이자 전기 작가인 헤스케드 피어슨(Hesketh Pearson)이 <버나드 쇼: 지성의 연대기>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뭔가에 몰두해 있는 사람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움직이며 살아있을 뿐. 그건 행복보다 기분 좋은 상태다.’ 미동도 하지 않는 아이를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기로 한다. 아이를 움직이며 살아있도록 깨워서 아침밥을 먹이기로 결정한다.

육류·달걀 반찬, 기억력 증진에 도움
콩·두부·해초는 미네랄·비타민 풍부
간식으로 바나나·견과류·두유 추천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7일)이 코앞이다. ‘高(고)3이 苦(고)3’이라고 부모도 수험생 못지않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느낄 것이다. 특히 큰 시험을 앞두고 긴장 때문에 까칠해진 아이를 보자면 이만저만 안타까운 게 아닐 것이다. 수능 막바지 균형 있는 식사와 아침식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죽했으면 이른바 명문대에 보낸 엄마들의 ‘수험생 식단’에 이걸 먹고 ‘합격 먹었다’라는 기사도 나왔을 정도니.

 

첫째, 아침밥을 먹는 습관을 꼭 들인다. 공복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혈당이 낮아져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입맛이 없어 아침을 먹지 않으려 하면 죽, 시리얼 같이 먹기 편한 음식을 챙겨주자.

둘째,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에 풍부한 동물성 단백질은 체력을 북돋우고 두뇌활동을 촉진시킨다. 육류에 많이 들어있는 두뇌 신경전달물질인 콜린(choline)은 뇌의 기억 관련 세포의 생산과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 등이 풍부한 콩, 두부, 등 푸른 생선, 해초류 등으로 반찬을 만들어 주자.

넷째, 간식으로는 바나나, 견과류, 두유, 달걀 등이 좋다. 바나나에 들어 있는 트립토판(tryptophan)은 숙면을 돕고, 비타민B6는 뇌를 활성화해 정신을 맑게 한다. 견과류 중 호두는 항산화성분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뇌신경 세포의 형성과 성장을 돕는다. 두유에는 레시틴(lecithin)과 사포닌(saponin) 성분이 들어있어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된다.

달걀은 콜린과 레시틴성분이 달걀노른자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우리의 뇌는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 가운데 30%가 레시틴으로 구성돼 있다. 레시틴은 기억의 저장과 회생에 필요한 물질로, 수험생들의 기억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레시틴 흡수율은 반숙으로 먹을 때 가장 좋지만 식중독을 피하기 위해 하루 2개 정도 완숙으로 삶아 먹는 게 좋다.

달걀과 건강에 해로운 콜레스테롤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은 약 70~80%의 콜레스테롤을 간에서 합성하고 나머지를 음식을 통해 섭취한다. 음식으로 콜레스테롤을 다량 섭취하게 되면 체내에서 합성하는 콜레스테롤의 양이 줄고 반대로 너무 적게 먹으면 체내에서 합성하는 양이 늘어난다.

다섯째, 수능 당일 도시락은 아침은 거르지 말고 가볍게, 특별식 보다는 평소에 잘 먹던 식단으로, 대신 자극적이지 않게, 적당한 양을 넣어 식곤증을 유발하지 않게, 후식과 간식은 평소에 잘 먹던 과일과 두뇌 회전에 좋은 견과류, 쌀엿, 초콜릿 등이 좋다.

“엄마는 잔소리 대마왕이야”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너를 위해서야”라고 말하곤 했다.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이었는지…. 부모가 안정돼야 아이가 안정된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은 <종의 기원>에서 자연에서 살아남은 종은 강하거나 영리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해 진화한 종이라고 설파했다. 우리에게는 우리도 모르는 위기극복의 유전자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수험생의 건투를 빈다.

박미애 울산공업고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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